[대선공약-일자리]文·沈 '국가주도' vs 安·劉·洪 '민간중심'

기사등록 2017/04/18 08:00:00
문재인 "공공일자리 81만개 등 131만개 창출"
 안철수 "중기 청년취업자 2년간 1200만원 지원"
 유승민 "창업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 늘리기 모색"
 심상정 "공공·노동시간 단축으로 100만개+α 창출"
 홍준표 "기업규제 완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 유도"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청년실업과 구조조정 등 심각한 고용불안으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각 후보들은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저마다 내놓고 있지만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거나 인위적인 부양책이어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해결 방식도 후보별로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부 주도형' 해결방식을 제시한데 반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민간 창출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형 일자리 뉴딜'로 불리는 '일자리 131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핵심은 정부 주도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다.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7.6%로 OECD국가 평균 21.3%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만큼 민생치안이나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안해 소방공무원, 경찰관, 복지공무원 등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소방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공기업 민간용역 일자리 34만개, 민간위탁 정부예산사업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게 문 후보의 생각이다. 더불어 법정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으로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임기 5년간 약 2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문 후보는 추산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정책은 단기간내 가시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막대한 재원마련이 부담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에 기대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민간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인 만큼 정부는 민간이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1인당 매월 50만원(2년간 총 1200만원)을 지원하고 대기업 임금의 80%를 보장하는 '청년고용보장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4000만원선인 대기업 연봉의 60%에 불과한 중기 연봉을 80%선인 32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청년 고용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모든 청년에게 5년간 고용보장 계획을 실시하고 미취업 청년에 대해서는 월 30만원의 훈련수당(청년성장 지원금)을 지급한다.  

 대신 문 후보의 공약은 중기의 구인난을 덜어주고 민간기업의 일자리를 늘려주겠다는 방향은 공감할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국민의 부담은 덜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민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혁신안전망 구축, 벤처캐피털 설립요건 완화를 통한 벤처투자 활성화, 창업교육 지원예산 확대, 창업인재 육성 등을 통한 창업생태계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창업인재 육성 방안으로는 초중등 교육과정에 창업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고 자유학기제 과정의 창업교육 비중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함께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 등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금지, 비정규직 고용총량(상한선)제 등을 통해 일자리의 질(質)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유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벤처산업의 특성상 대규모의 고용효과를 내기 쉽지 않고 창업의 성공 가능성도 낮은 만큼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민간기업의 채용 방식에 대해 규제를 통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심상정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국가 주도의 공공 일자리 창출 및 민간부문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양 축으로 한다.

 심 후보는 공기업·대기업 청년고용할당제, 청년디딤돌 급여, 기회균형채용제도 등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통한 일자리 36만4000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개 등 일자리 100만개+알파(α) 창출을 계획으로 잡고 있다.

 더불어 비정규직 사유제한 도입, 비정규직 다수고용사업장에 대한 불안정고용유발 부담금 징수,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 보장 및 특별법 제정 등 일자리 질의 개선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심 후보의 정책이 주로 '할당'에 의존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회의적 시각이 많다.

 홍준표 후보는 청년 일자리 뉴딜 정책과 규제개혁을 추진한다. 강소기업 육성(50만개), 기술창업 활성화(28만개), 서비스산업  활성화(32만개)로 총 1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국내 기업들의 복귀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른바 '유턴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부지 무상임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에 관한 구체적인 추진방식이 제시되지 않고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아 공약 실행이 순탄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공약을 어느 후보나 다 같이 제시하고 있지만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국가의 역할을 많이 강조하는 반면, 안철수·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중소기업 지원이나 창업활성화처럼 민간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홍준표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다음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다음 정부는 예전처럼 단순히 규제를 풀고 환경을 개선하는 소극적인 역할보다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를 적극 발굴하고 고령화 등과 맞물려 증가하는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안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등 서구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나라들이 경기 침체로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줄어들면 적극적으로 서비스 수요와 연계시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고 소득과 소비를 유도해 민간부문 산업을 발전시켰다"며 "우리 사회가 점점 복지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세부담이 있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소득증대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면 그만한 투자는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주도, 노동시간 단축, 고용의 질 개선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에 수치(일자리 개수)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선임연구위원은 "안 후보와 유 후보, 홍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민간부문에 맡긴다는 전략인데 우리 사회가 올해에도 경제성장률이 2%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에만 의지하면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경제의 불확실성 상태에서는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늘리라고 해도 쉽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일부 후보들이 공공부문 일자리나 청년할당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부담이 커질 수 있는 공공일자리가 용이한 것도 아니고 청년고용을 할당한다고해서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보기에는 힘들지 않겠냐"면서 "청년들은 본인들이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달라는 요구이지, 후보들처럼 일자리 양만 늘린다고 좋은 건 아니다. 선심성 공약이나 일자리 개수 경쟁에만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일자리라는 건 경제적인 활성화와 더불어 추진돼야 하고 세계적인 경기도 좋아야겠지만 기업이 좀 더 투자할 수 있는 규제완화 쪽으로 포인트를 둬서 만들어내야 한다"며 "대부분 후보들이 임금체계 개편처럼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동개혁은 언급을 꺼리는데 임금체계에 대한 새로운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임금을 줄인 만큼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정년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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