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 감독 "여고앞에서 바바리맨 오해받아"

기사등록 2017/04/05 18:04:34
【서울=뉴시스】영화 '아빠는 딸' 2017.4.5(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photo@newsis.com
■윤제문 정소민 주연 '아빠와 딸' 시사회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또다시 몸이 바뀌는 이야기냐"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듯이 이미 탄핵정국에서 다시 이슈가 된 '시크릿가든'을 비롯해 극장가에 팬덤현상을 가져온 재패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기억이 채 지나가기도 전이다. 영화와 현실도 바뀐 것 같은 이 상황에 다시금 몸이 바뀌었다는 설정은 이제 식상할 만도 하다.

 영화 '아빠는 딸'을 연출한 김형협 감독도 이를 시인했다. 김 감독은 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 뒤 "'보디 체인지'라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되는 소재"라고 털어놨다.

 몸이 바뀐다는 이제는 뻔한 설정에 그것도 아빠와 딸이 바뀌니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을 공감하게 된다는 결말은 비껴나갈 수가 없다.

 이 탓에 낯간지러운 상황극이 벌어지고 오글거리는 대사도 수없이 오간다. 고교생 딸이 중년 남성을, 아저씨가 여고생을 '과연 어떻게 연기하나 한 번 보자'하는 생각으로 지켜보다 보면 몰입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영화 '아빠는 딸' 2017.4.5(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photo@newsis.com
 그럼에도 이미 훌쩍 커버려서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나의 딸과, 아직은 어린 딸과 살갑게 교감하는 다른 부녀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세월의 아쉬움과 함께 어느덧 공감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있기보다 나와 내 딸, 나와 내 아버지를 돌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을 바꾼 윤제문, 정소민 두 배우의 연기는 상당히 매끄럽다. 너무 과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상대방의 모습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투영해낸다.

 특히 정소민은 어린 연기자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상당히 잘 소화해냈다. "아빠가 돼서 한참 찍다가 '도연'(극중 딸)이 돼 다시 학교 신을 찍을 때에는 어색할 만큼 아빠 역할이 편해졌다"고 하기도 했다.

 이들 두 배우는 곤혹스러울 수 있는 상대 나이대의 춤과 노래도 선보인다. 과한 설정에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실제 춤과 노래는 그다지 튀지 않게 곧잘 소화해냈다.

 윤제문은 "소민양이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다고 한다"며 "부드럽게 막대기 같기도 하면서 잘 추더라"고 칭찬했다. 정소민도 "선배님이 '나혼자'를 너무 요염하게 잘 추신 것 같다"며 "저는 절대 저렇게 못 추겠다 싶을 정도"라고 맞받았다.

【서울=뉴시스】영화 '아빠는 딸' 2017.4.5(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photo@newsis.com
 이 작품의 원작은 일본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이다. 김 감독은 이미 진부해진 소재인 만큼 '아빠의 마음', '딸의 마음'을 보여주는 데 더욱 중점을 뒀다고 했다. 여고생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여고 앞에서 줄곧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바바리맨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미 익숙한 소재가 지닌 약점은 어쩔 수 없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전개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를 줄곧 욕하면서도 보듯이, 이 영화를 보게 될 수밖에 없는 끌림이 없지 않다. 특히 우리 딸, 우리 아빠와 함께라면.

 김 감독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운 분들이 오셔서 보시고 용기 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는 12일 개봉.

 pjk7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