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공격 당한 시리아 칸 셰이쿤 '지옥' 방불

기사등록 2017/04/05 17:34:25
【칸셰이쿤=이들리브미디어센터·AP/뉴시스】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셰이쿤 시 임시병원에서 4일(현지시간) 의료진이 화학무기 공격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소년을 치료하고 있다. 사진은 현지 반정부매체 이들리브미디어센터가 제공했다. 2017.04.05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화학무기 공격 이후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 셰이쿤은 말 그대로 지옥을 방불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뒤 부상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타격을 입었다. 병원의 내부 이미지를 보면 공격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칸 셰이쿤의 피난처에 있는 일부 아이들은 화학무기에 노출돼 입에서 거품을 내뿜고 있다. 

 칸 셰이쿤에는 인근 하마 지방에서 피난온 수천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다. 하마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2차례에 걸친 화학무기 공격이 있고, 이를 피해 칸 셰이쿤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상태였다.

 칸 셰이쿤은 하마와 이들리브 사이 갈림길에 있어 어떤 정권이든 이들리브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전략 요충지이다.

 시리아아메리카의료협회(SAMS) 책임자 아흐마드 타라크지는 “최근의 공격에서 수십명의 아이들이 자는 동안 질식해서 죽었다”면서 “이것은 우리 인류의 가장 핵심을 공격한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같은 가증스러운 범죄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증상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의해 금지된 사린 가스와 같은 유기인(有機燐) 화합물에 노출됐을 때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영상을 보면 신체적 외상은 없지만 거품을 입에 물고 있는데 이 증상은 유기 인산염 독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유기 인산염은 염소 가스보다 더 강한 독성을 가졌다.

【칸셰이쿤=카시운통신·AP/뉴시스】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셰이쿤 시에서 4일(현지시간) 의사들이 화학무기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소년을 치료하고 있다. 사진은 카시운통신의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7.04.05
 칸 셰이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리브에 있는 병원들도 이미 여러 차례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피해자들을 치료할 상황이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심지어 산소탱크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들리브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올해 초 러시아와 터키가 정치적 협상을 위해 휴전을 중재할 때도 이곳에선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칸 셰이쿤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자신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아사드가 최근 몇 달 동안 알레포를 포함해 반군들이 장악한 도시들을 탈환하기 위해 무자비한 화학무기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국 동맹국들의 반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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