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문일 맞춰 '꽝'…러시아 대내외 안보 우려 고조

기사등록 2017/04/04 13:42:27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3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는 러시아의 사회정치 불안으로 대내외 안보 우려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발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도 모스크바에 이어 러시아 제2의 도시로 통한다. 이 곳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도 대거 배출한 러시아의 '심장부'다.

 테러는 푸틴 대통령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 맞춰 감행됐다. 푸틴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이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빅토르 오제로프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장은 "장소 선정과 폭발 시기는 우연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방문 중인 데다 미디어 포럼이 열러서 많은 기자들이 있었다"고 스푸트니크 뉴스에 말했다.

 이번 테러는 러시아가 국내외 문제들로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 내무적으로는 반 정부 시위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러시아 정부의 반군 단속으로 체첸 분리주의 세력의 테러 활동은 주춤하고 있지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의 새로운 우려 사항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IS 가담을 위해 시리아, 이라크로 건너 간 러시아, 구 소련 연방 출신들이 5000~ 7000명에 이른다고 파악 중이다. 이들이 본토로 돌아와 테러 공격을 감행할 위험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의 러시아 담당 요원으로 활동한 스티브 홀은 CNN방송에 "테러의 정치적 유형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긴 하지만 러시아에는 분명 테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내적으로는 벌써 2주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 수십 곳에서 시민 수천 명이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운동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등 수백 명이 체포됐다.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시위 물결이 일었다.

 푸틴 대통령은 부정부패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사법 질서가 무너진다면 러시아 사회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야권이 시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CNN방송의 러시아 지부장을 지낸 질 도허티는 이번 테러로 러시아 전역의 보안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018년 대선에서 푸틴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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