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6일 행정장관 선거…반중파 "덜 나쁜 악마 뽑는 행사"

기사등록 2017/03/21 18:32:20
【홍콩=AP/뉴시스】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26일 치러진다. 사진은 후보인 우쿽힝 전 고등법원 판사, 존 창 전 재정사장, 그리고 당선이 유력시되는 캐리 람 전 정무사장(왼쪽부터). 2017.03.21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오는 26일 실시되는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가 '덜 나쁜 악마(Lesser Evil)'를 선출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정장관 선거는 정원 1200명(현재 6명 공석)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문제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이 홍콩의 350만명 유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보통선거가 아니다.

 21일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은 "지난 20년 간의 노력에도 보통선거가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5년만에 치러지는 이번 제5차 행정장관 선거는 '덜 나쁜 악마'를 선출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번 선거는 렁춘잉(梁振英) 현 행정장관 밑에서 이인자인 정무사장(총리 혹은 정무장관 격)을 지낸 캐리 람(林鄭月娥·60)과 재정사장(재무장관 격)을 지낸 존 창(曾俊華·65), 그리고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우쿽힝(胡國興·70)의 3파전이다.

 현재 판세를 보면 친중(親中)파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는 '철의 여인' 람 후보가 승리해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민간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조사에서는 '프링글스' 칩 아저씨(Uncle Chips)'의 별명을 가진 친서민성향의 창 후보가 람을 앞섰다. 홍콩대 여론조사기관이 716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 후보의 지지율은 62%, 람 후보는 24%로 알려졌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7% 지지율을 기록한 우 후보는 범민주파의 지지로 출마하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람 후보와 창 후보 모두 친중 성향이지만 전자는 중국 중앙정부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후자는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창이 야권 세력인 민주파의 표심을 얻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여부다.

 한편 중국 정부는 홍콩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광둥성 선전시에 홍콩의 주요 지도층 인사들을 불러 개최한 비공개회의에서 “람은 당 중앙이 미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고 홍콩의 복수 언론이 전했다.

 중국 정부가 람 후보를 성원하는 것은 그가 2014년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요구 시위에 대처하면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 때문이다. 

 다수 분석가는 람 후보가 당선될 경우 홍콩에서 친중 '렁춘잉 2.0'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ophis73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