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검찰에, 최순실은 법원에…서초동 함께 나온 날

기사등록 2017/03/21 17:37:34
최순실, 재판 내내 굳은 표정과 입…미동도 없어
박 前 대통령, 검찰서 '진술거부' 없이 적극 변론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가 21일 검찰과 법원 청사 사이 담장 하나를 두고 서초동에 처음으로 동시 출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바로 옆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있다. 40년 지기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이들은 도보로 불과 5분 사이 거리를 두고 각각 피의자와 피고인 신분으로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최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본인과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2차 공판에서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늘 입던 옅은 상아색 수의 차림으로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에 타 법원으로 향했다. 법정으로 들어와서는 변호인에게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건넨 뒤 입을 닫았다.

 최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볼펜을 입에 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만을 보였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최씨에게 직접 "물어볼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최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10분께부터 3시45분께까지 약 1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 최씨는 그 시간 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곧바로 법정을 빠져 나갔다.

 최씨가 재판에서 입을 다문 동안,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5분께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청사에 도착해서는 검찰 직원 및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두 마디를 남겼다. 그는 곧바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출석 후 조사를 받기 전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10분가량 티타임을 갖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질문에 따라서는 구체적으로 의견 개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6시간 정도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등 돌발 상황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출석후 12시5분께 오전 조사를 마치고 김밥·샌드위치·초밥 등이 담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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