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테러 등 준비죄' 법안 각의 통과···야권·시민사회 반발

기사등록 2017/03/21 17:14:1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정부가 21일 조직적 범죄를 공모하고 준비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공모죄' 취지를 담은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테러 등 준비죄'으로 명명된 이 개정안은 테러단체 등 조직적 범죄집단이 범죄를 계획하고 멤버 중 1명이라도 범죄의 준비작업을 한 경우, 범죄 계획에 합의한 전원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여당은 4월 중에 법안 심의를 시작해 통상국회(정기국회)의 회기말인 오는 6월18일까지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민진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는 "수사권 남용으로 일반 시민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03~2005년 사이 3번에 걸쳐 '공모죄'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권 및 시민 등의 반발에 모두 폐안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들고나온 '테러 등 준비죄'라는 명칭의 이 개정안은 기존의 공모죄 법안의 범죄 주최를 "테러단체 및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한정하고,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도 620여개에서 277개로 대폭 줄였다. 

 일본 정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일반시민은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라 일반 시민단체 등이 '조직적 범죄단체'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또 이 개정안은 범죄 실행 전에 자수한 경우 형을 감면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밀고를 장려해, 시민에 대한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테러리즘'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무엇이 조직적 범죄집단에 해당되는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 및 일본변호사연합회에서는 수사권 남용으로 일반시민이 처벌 대상이 될 우려가 있으며, 정부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쿄신문도 이 개정안이 기존의 '공모죄' 법안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정부는 범죄 주체가 테러조직 등으로 한정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단체나 노조에도 이 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주체가 테러단체인지 여부 등이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민단체 등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일상적인 행위를 범죄 준비작업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야마노이 가즈노리(山井和則) 국회대책위원장은 "과거에 (문제가 돼) 3차례나 폐안된 공모죄 법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일본이 1억 총 감시사회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국회 통과를 저지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1일 각의 결정한 법안에 대해서 "3년 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등 조직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처리했다"면서 "과거 '공모죄'와 분명히 다른 것"이라며 "국회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