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만이 두 나라 관계에서 꼭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점에만 인식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중요한 지역적 현안에 관련해 미중 양국은 반드시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요한 우려를 존중하며 안정적인 미중관계 유지의 큰 틀에서 양국간 국민의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사회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대립과 충돌을 피하고 상호존중과 협력공영의 원칙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양국 협력 강화에 대해서만 밝혔을뿐 핵심 의제로 예상된 사드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후에도 사드 문제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왕 부장만이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을 뿐이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한·중 간의 갈등을 넘어 미·중 간 갈등으로 확산조짐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분위기다.
이같은 이유에서 비록 틸러슨 장관이 사드와 관련된 공식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 회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가 미·중 간 핵심 의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드 문제를 빼놓고는 두 나라 사이의 패권경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체계의 운용 주체가 한국이 아닌 주한미군이라는 점에서 강력 반발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이 한국을 앞세워 자신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었다. 때문에 물밑에서 사드에 관한 의견 교환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졌을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양국이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 의견 접근을 타진했지만 좁혀지지 않은 양국의 인식 차이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어 공식 언급에서 빠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교 당국은 틸러슨 장관이 사드 관련한 언급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원 사격 해주기를 내심 바랐다가 무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에서 평행선만 달렸다면 향후 미국은 우리 정부를 앞세워 사드 갈등에 직접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계속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은 추론 단계다. 아직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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