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원색의 신구상주의 화가 황주리가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를 냈다.
그동안 다양한 글쓰기로 뛰어난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 온 황주리의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매혹적인 '그림 소설집'이다.
돌아보면 멈춰 있는, 이미 흘러가 버린, 손쓸 수 없어 아련한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렇다고 '착한 글'이 아니다. 신파도 아니고, 낡지도 않았고, 촌스럽지도 않다. 시덥잖은 기억도, 깊은 상처를 남긴 기억도 조각보처럼 이리저리 꿰매어져 하나의 삶을 이루고 있다. 조각보 속 풍경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는 건 보석 같은 문장들이다.
화가 황주리는 캔버스뿐만 아니라 사물에 더 자주 그림을 그린다. 돌 위에, 의자 위에, 안경 렌즈 부분에, 사진 위에. 빈 도자기를 찍은 사진위에 이미지를 더한다. 사물에 온기와 생명을 불어넣어 주려는 그림처럼 이 책도 저자의 관조적이면서 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잊히는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새 서서히 잊히죠. 그리고는 몸에 있는 옅은 점처럼 그렇게 마음에 남게 마련이죠. 그 기억이 좋으면 좋은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남남이 되어 버린 우리들 사랑의 기억은 마치 오래전에 꾼 악몽 같아요. 기억하기도 싫은데 또렷이 기억나는 나쁜 기억이기 일쑤죠. 그 누구의 것인들 그렇지 않겠어요."('스틸 라이프' 중에서)
저자의 그림이 담긴 책 표지는 두 종류다. 해바라기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묘사된 밝고 화사한 컬러와 입맞춤하는 모습에 선인장이 포개진 흑백 표지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하면 두 표지 책 가운데 하나가 랜덤 발송된다. 448쪽, 노란잠수함,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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