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실수연발' 서충식·남긍호, 연출은 '찰떡궁합'

기사등록 2016/12/15 13:41:00 최종수정 2017/11/14 11:30:41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연극 '실수연발' 공동 연출한 서충식(오른쪽), 남긍호 연출이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은 오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12.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쌍둥이라는 이야기에 공동 연출이라는 형식이 잘 맞아 떨어진 거죠. 이번 작품을 통해 소통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어요."(서충식·남긍호)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단 연극 '실수연발'은 쌍둥이 형제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으로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형제와 그들의 쌍둥이 하인이 중심이다.

 연출도 두 명이다. 연출가 서충식(56)과 마임이스트 남긍호(53)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두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다. 성북구에 위치한 이 학교 연극원 2층에 10년 이상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교수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연출은 찰떡궁합 같은 호흡으로 이 작품을 오해와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유연한 소동극으로 풀어냈다. '실수연발'이 아닌 완벽호흡이다.  

 하지만 주인들인 안티포러스 쌍둥이 형제(임영준·안병찬), 하인들인 드로미오 쌍둥이 형제(김정환·김정호)처럼 두 연출은 서로 닮지 않았다. 오히려 물과 불의 만남이다.

 유연하게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서 연출은 풍경화를 그리고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남 연출은 세밀화를 그려나간다. 서 연출의 교수실은 각종 책으로 가득한데, 남 연출 교수실은 다양한 무대 소품으로 가득하다. 서 연출은 "교수실을 예술가의 방"이라고 웃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연극 '실수연발' 공동 연출한 서충식(오른쪽), 남긍호 연출이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은 오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12.14.  bluesoda@newsis.com
  평소 동료 교수로서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을 시작한 건 2013년 서 연출이 이끄는 극단 주변인들이 '제4회 현대극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아라발의 '건축사와 아씨리 황제'에서 남 연출을 움직임을 맡으면서다.

 이후 2014년 극단 주변인들의 '개가 된 사나이', 지난해 국립극단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올해 상반기 국립극단의 '국물 있사옵니다'에서 서 연출이 연출, 남 연출이 움직임을 만들어왔다.  

 특히 '국물 있사옵니다'에서 다소 과장된 몸짓 등을 통해 페이소스 짙은 희극을 선보인 두 사람의 호흡을 눈여겨 본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실수연발'에서 처음으로 공동 연출을 맡게 됐다.

 "장면 구성할 때 텍스트로만 돼 있으면, 시각적인 장면 구성이 필요해요. 그 때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남 선생님이에요."(서충식)

 "제가 오랫동안 텍스트 기반이 아닌, 마임을 해와서 상황만 주어져도 장면을 만들죠. 그런 부분을 서 선생님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남긍호)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연극 '실수연발' 공동 연출한 남긍호(왼쪽) 연출이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은 오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12.14.  bluesoda@newsis.com
서 연출은 남 연출에 대해 "천재적이고 논리적이라 감성적인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남 연출은 "말이 없는 마임으로 극을 만들어오다 보니까 논리성을 갖추게 된 것 같다"며 "비약적인 상상력 위주로 가면, 텍스트 없는 마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각자 개성이 강한 두 연출이지만 공연계에서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는 점은 공통점이다. 스페인 왕립연극학교에서 4년간 연기, 연출을 공부한 그는 다양한 연극 구조를 지닌 스페인 연극의 전문가다.

 마임이 주축이 된 호모루덴스컴퍼니 예술감독이기도 한 남 연출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마르셀마르소 국제 마임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마임 2세대로 20여 년 간 현역으로 마임이스트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무용가 남정호(64), 재불무용가 남영호(50)와 함께 예술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극단을 2001년부터 끌고 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 스페인 연극을 소개하기도 하죠. 일단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극단으로 만드는 것이 비전이에요. 현장에 대한 감을 잃지 않게 해주죠. 교육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아요. 현재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 등이죠. 강단에 동시에 오르면서 선순환이 되죠."(서충식)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연극 '실수연발' 공동 연출한 서충식(오른쪽), 남긍호 연출이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은 오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12.14.  bluesoda@newsis.com
"저는 연기과 소속 교수에요. 배우 지망생 친구들이 많죠. 근데 저는 학생들이 작가가 되기를 원하거든요. 마임은 창작자의 입장이 되는 거예요. 제가 계속 현장 작업을 하면서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남긍호)

 국립극단은 셰익스피어가 서거 40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3년 동안 7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보였다. '실수연발'은 국립극단이 '해방과 구속' 등을 주제로 삼고 선보여온 지난 셰익스피어 작품에 비해 유쾌하다.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끝을 웃음으로 위안을 준다. 전문가보다 객석의 호응이 훨씬 좋은 이유다.

 서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이라 구성의 밀도가 촘촘하지는 않지만 셰익스피어 이후 작품에 드러나는 것들의 씨앗들을 포괄적으로 갖고 있다"며 "반전이 있어 신선하다"고 봤다.

 본래 희곡대로 진행하면 100분 가량의 작품인데 두 연출은 이번에 인터미션 포함 135분으로 늘렸다. 대신 막간극,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밴드 등으로 관객들이 좀 더 즐길 수 있는 여흥을 줬다. 국립극단 시즌 단원 18명의 오밀조밀한 합도 더해졌다. 남 연출은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서 연말에 관객들에 좀 더 볼거리를 드리고 싶었다"며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잔잔하고 따듯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저희도 이런 시국에 폭소를 바라지 않았어요."(서충식) "코미디라도 셰익스피어 작품이라 품격을 주고 싶었죠.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 잘 즐겼다는 미소를 줄 수 있는 작품이요."(남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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