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국민전선이 전통적 가족 가치와 ‘프랑스의 기독교적 뿌리’를 강조하는 등 사회 부문에서 보수적인 피용을 두려워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호적인 피용의 외교 정책이 르펜 대표의 시각과 비슷할 뿐 아니라, 프랑스의 정체성과 주권·애국심을 강조하고 이민과 이슬람에 대한 강경노선을 취하는 점 등이 국민전선 측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내년 5월 대선 결선 투표는 피용 전 총리와 르펜 대표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르펜 당수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26) 국민전선 의원은 “피용은 우리에게 전략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는 국민전선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용이 선거에서 크게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강경한 우익 노선을 취하긴 하지만, 포퓰리스트(populist)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35년에 걸친 정치인 경력과 총리 및 5차례 장관직을 역임한 피용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프랑스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프랑스 극우 전문가인 장 이브 카뮈는 “피용은 나이절 패라지(극우 영국독립당 임시대표)라기 보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보수당 소속)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은 ‘국민 대(對) 엘리트’ 구도로 선거판을 끌고 나가려는 르펜 대표가 피용의 약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 ‘대처리즘’을 옹호하는 시장주의자 피용 후보는 경제부문에서 ‘급진적 충격’에 따른 처방을 약속하고 있다. 또 공무원 50만 명을 줄이고 공공지출을 삭감하며, 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르펜은 ‘잊혀진’ 프랑스의 최하층(underclass) 계급을 대표하면서, 경제는 좌파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는 반세계화와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및 보호주의를 옹호해왔다.
르펜의 선거 책임자인 다비드 라슐린은 피용의 정책에 대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50만개 줄인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르펜의 보좌관들은 피용이 중하층(lower middle)과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전선은 피용이 “무법과 극단적 자유시장(ultra-free), 세계화된 자본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피용은 르펜의 경제 정책이 단순히 “극 좌파의 것을 잘라서 붙여넣은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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