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도 홀로 부지런히 올림픽공원을 돌아다니며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2. 이달 20~2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 ‘판소리 만들기 - 자’의 음악극 ‘여보세요’ 객석 역시 홀로 온 관객들로 상당수였다. 이자람 연출이 이끄는 이 단체가 작가 김애란의 단편 ‘노크하지 않은 집’을 원작으로 삼았다.
서울에 올라와 여성고시원에 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20대의 나홀로 일상을 세밀하게 톺아본 작품에 공감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연출, 출연진이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혼밥'시대, 이제 나홀로 공연을 보는 '혼공'시대도 열렸다. 국내 최대 공연 티켓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1매 예매 티켓율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는 정부가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공연계 지원을 위한 ‘공연티켓 1+1’ 사업의 구매처가 이 사이트였던 터라, 나홀로 예매 비율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지만 전년대비 1~2% 포인트 가량 늘어났을 것이라고 인터파크는 보고 있다.
홀로 공연을 보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1인 관객에게 필요한 여러 팁도 성황이다. 특히 공연장 주변, ‘혼밥’(혼자밥먹기) 족을 위한 알맞은 식당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공유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역삼동 LG아트센터 지하 국숫집, 서초동 예술의전당 주변 카레집,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지하 김밥집과 인근 샌드위치 집, 블루스퀘어 인근 라멘집, 등이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쇼핑몰을 끼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와 롯데콘서트홀, 디큐브아트센터 인근 푸드 코트가 인기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공연예술산업론 교수는 “술도 먹고 밥도 혼자 먹는데 혼자 공연을 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때가 됐다”며 “누군가와 약속을 해서 함께 즐기는 이벤트 보다 공연 보는 자체가 주가 됐다”고 봤다. 결국 공연 자체에 충성도가 높아진 관객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홍대 이태원등 LP바도 홀로 북적
특정한 공간에서 홀로 음악을 듣는 이들 역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바이닐 뮤직 바를 표방하는 합정역 인근 만평 등 혼자서 음악을 편하게 들으러 갈 수 있는 LP바가 늘고 있다. 이곳들은 홀로 오는 이들을 위해 ‘혼술위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희귀음반과 도서를 음악 관련 도서를 만나볼 수 있는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LP를 고르며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현대카드 바이닐&플라스틱은 혼자서 ‘음악 취미’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들 건너편에 자리한 아이리버의 음악문화공간 스트라디움 역시 음악을 감상하러 오는 이들이 상당수다.
클래식 음악계 팬들에서는 신사동에 자리한 ‘풍월당’이 메카다. 혼자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강의와 클래식음악 감상회, 클래식음악 관현 영화 시사회가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다.
밴드 멤버로서 합주보다 혼자서 연주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등이 내한공연에서 사용해 화제가 된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하는 이들이다. 기타 등의 연주를 바로 녹음해 반복해서 들려주는 이 장치는 혼자서도 밴드처럼 연주할 수 있다.
25일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속 ‘진정석’(하석진 분)은 식당에서 고급 안주에 ‘혼술’을 마시면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집중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를 넘지 않는 ‘퀄리티 있는 음주 문화’를 지향한다. 빡빡한 일상에서 이를 통해 혼자만의 시간, 자유 그리고 위안마저 만끽한다.
걸출한 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주인공 고로 역시 항상 혼자 음식을 먹는데, 그럴 때마다 자유롭고 편안하다고 여긴다. 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담뿍 느낄 수 있는 ‘혼밥의 시간’은 치유이자 위안인 셈이다.
혼자 공연을 보고 혼자 음악을 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보고 있는 뮤지컬과 연극 또는 지금 듣고 있는 클래식음악과 재즈에 더 편안하게 눈과 귀를 맡길 수 있다.
지혜원 교수는 “누군가과 함께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듣게 되면 그것을 매개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홀로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는 콘텐츠에 나 자신을 더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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