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를 이끄는 리더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어와 행동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델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이 현지 유력지인 ‘마닐라 불레틴’ 주말자에 기고한 글에서 “필리핀이라는 팀이 경기에서 패하고 있다. 아주 심각하게 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의기소침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임기 6년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임한 지 불과 수개월이 지났지만, 리더십과 팀워크라는 두 가지 기준에 비춰볼 때 이미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들을 법정 밖에서 단죄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 국가의 리더에 걸맞는 정제된 언어 대신 모욕이나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일 열린 한 지방자치 행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지옥에나 가라(you can go to hell)"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인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라모스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행정부는 라모스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그의 발언을 아버지의 교훈으로 본다”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행동하는 인물이고, 그의 말보다는 행동에 주목해 달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WSJ은 라모스 전 대통령의 이러한 비판을 부임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해외의 비판세력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해온 두테르테 지원세력의 균열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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