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 전 대통령 "두테르테, 품위없는 언행으로 국격 떨어뜨려"

기사등록 2016/10/11 13:20:00 최종수정 2016/12/28 17:45:44
【서울=뉴시스】피델 라모스(88·사진) 전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에 특사로 파견된다. 24일(현지시간) 마닐라타임즈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날 라모스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제안한 중국 특사 역할을 수락했다. 당초 고령을 이유로 고사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수락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사진=위키피디아)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필리핀의 전직 대통령이자 존경받는 원로 정치인 피델 라모스(88)가 10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다.

 한 국가를 이끄는 리더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어와 행동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델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이 현지 유력지인 ‘마닐라 불레틴’ 주말자에 기고한 글에서  “필리핀이라는 팀이 경기에서 패하고 있다. 아주 심각하게 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의기소침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임기 6년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임한 지 불과 수개월이 지났지만, 리더십과 팀워크라는 두 가지 기준에 비춰볼 때 이미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들을 법정 밖에서 단죄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 국가의 리더에 걸맞는 정제된 언어 대신 모욕이나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일 열린 한 지방자치 행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지옥에나 가라(you can go to hell)"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AP/뉴시스】지난 8월25일 촬영한 사진으로 필리핀 마닐라 동부 리잘 지방에 위치한 마테오 카핀핀 군사기지를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주목을 불끈 쥐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30일 '마약 유혈전쟁'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비교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6.09.30
 라모스 전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이던 두테르테에게 대통령 선거출마를 권한 필리핀 정가의 원로이자 거물급 정치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지난 6월 말 취임사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라모스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피력한 데 이어, 그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관계가 악화된 대 중국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인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라모스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행정부는 라모스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그의 발언을 아버지의 교훈으로 본다”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행동하는 인물이고, 그의 말보다는 행동에 주목해 달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WSJ은 라모스 전 대통령의 이러한 비판을 부임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해외의 비판세력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해온 두테르테 지원세력의 균열로 해석됐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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