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사(春史) 나운규(1902~1937) 감독의 ‘아리랑’ 필름은 적어도 70년 전까지는 국내에서 볼 수 있었다. 1926년 10월1일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한 무성영화다.
1946년 5월20일 국내 문화예술전문 통신사 ‘일간 예술통신’은 ‘태프로씨, 아리랑을 격찬’이라는 기사를 각 신문사로 보냈다. 태프로는 미국 군정청(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1945년 9월~1948년 8월15일)으로 파견되기 전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할리우드에서 배우로도 활동한 병사다.
“전일 조선예술 관계자와 조선예술에 대하야 교류를 한 미국 예일대학 연극과장 하이든 박사의 수제(首弟) 레고리 태프로 군조(軍調)는 18일 하오 1시에 조영(조선키네마프로덕션)을 방문하고 이곳 배우들과 만나 전후 미국영화계의 현황, 조선영화계의 실정과 현행 영화 검열제도 등에 대하야 격의 없는 의견교환을 하였는데 씨는 동(仝) 석상(席上)에서 ‘아리랑’ 감상 등 기(其) 의견에 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금 조선에서는 영화검열제를 실시하고 있다는데 미국에서는 영화검열이라는 이름조차 전혀 모른다. 그러나 조선의 실정을 잘 모르는 관계로 나로서는 조선의 검열제도 실시에 대하야 전연 그 의의를 운운 할 수는 없다.’”
“‘어제 대륙극장(단성사)에서 20년 전 작품이라는 ‘아리랑’을 보았는데 나는 그 영화를 통해 조선 영화인 중에 놀랄만한 수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그 때 시절로는 세계적으로 내노을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영화의 최근작은 아직 보지 못하였으나 이 영화를 볼 때 지금쯤은 조선영화의 발전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고 있는가를 가히 추측할 수 있다. 하여간 조선영화계에 대하여 크게 기대를 갖고 있다.’”
나운규와 ‘아리랑’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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