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여기에 달렸다]②주류 대 비주류…두 후보 모두에 '양날의 검'

기사등록 2016/08/02 09:00:00 최종수정 2016/12/28 17:27:05
【서울=뉴시스】미 대선 교육·소득 수준별 지지 성향.< 자료: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서던캘리포니아(USC)대학> 2016.08.02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본선 대결은 '기득권 정치인'과 '아웃사이더'의 싸움으로 묘사된다. '주류 대 비주류'의 전쟁이다.

 클린턴 후보가 미국의 주류 정치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워싱턴 인사이더'라면 부동산 재벌이자 리얼리티TV쇼 스타인 트럼프 후보는 이렇다할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생적으로' 대통령 자격이 없는 자라고 비난한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기득권 이익만 대변하는 '사기꾼 힐러리'라는 별명을 붙여 놨다.

◇ 뼛속까지 정치인 vs  재벌 출신 정치 신인

 주류 클린턴과 비주류 트럼프는 살아온 궤적부터 확연히 다르다. 클린턴이 20대부터 한평생 정치에 몸 담은 뼛속까지 정치인이라면 트럼프는 정치와 거리가 먼 사업가의 삶을 살아 왔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의 정치 활동을 내조하다 영부인을 지냈고 상원의원, 국무장관까지 쉴틈없이 정치 경력을 쌓았다. 트럼프는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을 확장해 트럼프그룹을 세웠고 연예계까지 손을 뻗쳤다.

 주류 혹은 비주류라는 딱지는 두 사람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클린턴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준비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기득권 정치를 혐오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최악의 후보다.

 트럼프는 끊이지 않는 막말 파문이 보여주듯 미국 정치계에서 전레 없는 캐릭터다. 그러나 한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자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막무가내라는 우려가 많다.

 두 사람의 고민거리도 천지 차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시절의 이메일 스캔들과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 책임론 같은 과거의 정치적 실책이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다.

 트럼프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 이슈보다는 본인의 행실과 사업상 문제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성 편력이 화려한 그는 왜곡된 여성관을 가졌다는 비난이나 탈세, 부당 거래 의혹에 시달려 왔다.

【콜로라도스프링스=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9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 사진은 트럼프가 지지자의 아기들을 안고 키스하는 모습. 2016.7.31.
 공교롭게도 주류·비주류에 관계 없이 둘 모두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 후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지율 역시 막상막하인 까닭에 유권자들이 누구를 '차악'으로 선택할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다.

 둘의 지지 기반 역시 차이가 나타난다.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트럼프 지지 경향이 강하다. 상대적 박탈감이 높은 소외 계층이 비주류이면서 성공한 사업가인 트럼프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정치를 '너무 잘 알아서' 혹은 '잘 몰라서' 문제

 서로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본인들이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상대방을 '정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혹은 '정치를 너무 모르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매일같이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클린턴을 공격한다. 그는 클린턴이 정치를 하면서 늘 잘못된 판단만 내렸다며 "부패와 황폐함이 어딜가든 그를 따라다닌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기질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그는 극단적 공약을 남발하는 트럼프가 역대 미국 대선 출마자 가운데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까지 말했다.

 두 후보는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맹공을 이어갔다. 트럼프가 기성 정치가 망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자 클린턴은 진짜 위협은 분열을 조장하는 트럼프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전대 후보 수락 연설에서 힘을 가진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경제 시스템을 조작했다며 "클린턴은 이들의 꼭두각시다. 그들의 조종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의 유산이 미국의 유산이 될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문제를 조성한 똑같은 정치인들에게 계속 의지한다면 같은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리블랜드=AP/뉴시스】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팀 케인 부통령 후보가 3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행사를 마친 뒤 유세 버스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6.8.1.
 클린턴은 "나만이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다. 또 쉽게 냉정을 잃는 트럼프는 최고 사령관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가 말하는 건 '진짜 변화'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 주류 정치인의 유세 '비법' vs 이색적인 '쇼 비즈' 캠페인

 대선 캠페인에도 각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클린턴의 선거운동 방식이 전형적인 정치 고단수의 비법이라면 트럼프의 유세는 본인 말마따나 '쇼 비즈니스'를 방불케 한다.

 선거 경험이 많은 클린턴은 유권자 분석을 토대로 치밀한 전략을 짜는 데 공을 들인다. 선거광고 방영, 이익집단 면담은 기본이고 정책공약에 중점을 둔 연설을 꼼꼼히 준비한다.

 때문에 클린턴은 한 번도 선거를 치러본 적 없는 트럼프보다 훨씬 체계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선 때부터 그가 선거캠프 인사나 지지층 조직화에서 한 수 우위라는 분석이 종종 나왔다.

 트럼프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 미인대회를 주관하는 연예 사업가이기도 한 트럼프는 어떻게 하면 대중을 흥분시키고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지 잘 안다.

 트럼프의 주요 무기는 공연을 보는 듯한 대형 유세와 트위터 공세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건 대중 집회"라며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좋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도 트럼프의 강점이다. 그는 10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쉬지 않고 말을 건다. 트럼프의 트윗은 이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곳곳에 퍼져 나간다.

 둘의 차이는 부통령 후보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신중한 성격의 클린턴은 안정적 정치 기반을 갖춘 팀 케인 상원의원을,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보완재로 발탁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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