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리트비넨코 독살 푸틴 승인설에 강력 반발

기사등록 2016/01/22 10:38:42 최종수정 2016/12/28 16:30:10
【런던=AP/뉴시스】이수지 기자 = 영국 정부가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독살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에 의한 자행으로 결론 내리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대립해온 영국과 러시아 간 관계가 더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리트비넨코 사인(死因) 조사위원회의 로버트 오웬 판사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리트비넨코에게 2006년 11월 치사량의 폴로늄-210을 섞은 차가 주어진 것을 확신한다"며 러시아 스파이 기관 KGB의 후신인 보안기관 FSB가 이 살인을 지휘했을 "강력한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작전은 푸틴에 의해 "승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웬 판사의 "가능성" 발언은 푸틴을 리트비넨코 살해와 처음으로 공식 연관짓는 것이다. 리트비넨코는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FSB 옛 동료들과 함께 독이 든 차를 마신 뒤 3주 후에 사망했다. 그의 몸에서는 치사량의 폴로늄-210이 검출됐다. 이 방사능 동위원소 물질을 소량만 섭취하더라도 죽게 된다.

 FSB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2000년 영국 망명 직후부터 옛 직장인 이 보안기관과 이 기관 출신으로 그 해 대통령에 첫 당선된 푸틴을 직설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푸틴이 조직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도 했다.

 오웬 판사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행동으로 리트비넨코는 FSB를 배신한 것으로 간주됐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내 여러 조직과 개인들이 살해까지 포함해 그에 대해 행동을 취할 강력한 동기가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리트비넨코가 살해됐다는 증거가 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정말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해 비난했고,리트비넨코 독살 용의자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코프툰의 자산을 동결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도 이날 하원에서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이 사건은 노골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리트비넨코의 사망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시종일관 주장해 온 러시아는 "영국이 은밀하게 정치적 동기를 숨기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조사는 양국관계의 전반적 분위기에 독을 뿌리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영국의 보고서를 평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이 정치화됐고 양국 관계의 전반적 분위기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영국의 조사는 공개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그림자 인형극”이라며 “시작부터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비난하기 위한 조사"라고 반박했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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