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사기로 진화하는 '불황속 생계형 범죄'

기사등록 2016/01/13 16:00:13 최종수정 2016/12/28 16:27:37
【제주=뉴시스】 고동명 기자=  제주서부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 절도 혐의로 김모(28)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가 지난해 12월27일 오전 3시5분께 제주시 월랑로에 있는 모 매장에 금품을 훔치러 들어가 CCTV를 피하려고 종이상자를 뒤집어쓴 모습을 담은 CCTV의 한 장면이다.(사진=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경기불황 여파로 소액의 생계형 범죄 발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라면, 분유, 쌀 같은 생활용품을 훔치는 절도 사건보다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사기 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 추세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범죄 유혹에 쉽게 빠져들면서 단순 절도 보다는 편취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사기 범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본사 물류과장'과 '퀵서비스 기사'로 1인 2역을 해가며 배송비용을 받아 챙긴 남성이 이 달 초 경찰에 적발됐다. 전화로는 의류업체 본사 직원인 것처럼 통화한 뒤 퀵서비스 기사라며 찾아가 배송비를 받아가는 수법으로 현금 516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에 붙잡힌 남모(39)씨는 의류매장에 전화해 "본사 물류팀 과장인데, 퀵서비스로 보낸 물건이 잘못 갔으니 대신 배송비용을 지불해 주면 나중에 물건을 찾으러 가면서 배송비용을 정산하겠다"고 속인 뒤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싸구려 옷가지로 가득찬 상자를 전달하고,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54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이런 속임수에 마트, 백화점 의류매장 직원 등이 20차례 속아 넘어갔다. 같은 속임수에 두 번이나 속은 피해자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평소에도 이런 방식으로 본사와 거래를 해온 탓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에 의류업체를 운영했던 남씨는 경찰에서 "퀵서비스로 물건을 배송하면 거래처에서는 아무런 의심없이 배송비용을 지불하던 생각이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의류업체를 운영하다 빚더미에 오른 뒤 생계유지를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점 배달원을 속여 거스름 돈 81만원을 가로챈 사기 사건 피의자도 구속됐다. 안모(53)씨는 중국집, 치킨집에 전화해 인근 아파트로 음식을 주문한 뒤 출입구에서 만난 배달원에게 "아이들에게 10만원권 수표를 줬으니 거스름 돈을 나한테 달라"는 수법으로 거스름돈 수십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갑작스레 생활고에 몰렸을 때 가장 익숙한 곳을 대상으로 범행계획을 세우게 된다"며 "쉽게 적발되지만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구속된 두 사건의 피의자들도 최근 몇년 사이 같은 범행으로 동종 전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생계형 사기범 "경제 어려운 현실과 딱 맞아 떨어져"

 최근 일련의 사기 사건들은 비교적 소액이면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생계형 사기 피의자들은 대부분 전과가 없는 초범들로 생활비나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쉽게 범행에 뛰어들었다가 상습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생계형 사기범들은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계형(생활비 목적) 사기범죄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경제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살펴보면 생계형 사기범죄는 1만4308명으로 전년(1만1534명) 대비 24.0%증가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전체 사기범죄자 가운데 범행동기가 생활비인 경우는 6.9%(1만5413명)로 기타(7.5%, 1만6557명)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여성 사기 범죄자는 생활비를 이유로 범행을 벌인 경우(7.7%)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범죄가 점차 절도에서 사기로 옮겨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력도 높아짐에 따라 범죄 유형도 진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경제불황과 관련 지식이나 노하우가 사기라는 범죄유형의 특성과 딱 맞아떨어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경찰도 올해 생계형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대학교 부설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6 치안전망에 의하면 올해 전체 범죄 건수는 감소하지만 사기·횡령·배임을 포함한 지능범죄는 사건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사회전반에서 낮아진 삶의 만족도와 경제적 빈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증가와 현실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취업의 어려움과 가계부채의 증가 등이 지속됨에 따라 지능범죄의 장기적 증가 추세는 향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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