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대표 26명 구속, 79명 불구속 기소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B2B 구매자금대출의 허점을 노려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영세·중소기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형사5부장 손준성)은 신용보증기금에서 B2B 대출 보증을 받은 후 가장 거래를 통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반복 편취한 중소기업 대표 등 관계자 124명을 특경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중 105명을 기소(26명 구속, 79명 불구속)하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14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도주한 5명에 대해서도 기소중지 후 계속 추적 중이다.
'B2B(Business to Business) 대출'이란 물품 구매기업과 판매기업 간 물품 거래시 구매기업이 신용보증기금 보증 하에 은행 대출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고 3~6개월 후 대출 은행에 대출금을 갚는 제도다.
이번에 적발된 50개 구매기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143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 인한 신용보증기금 손실액은 475억원에 이른다.
이들 구매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대출이 이뤄지는 B2B 대출 제도의 허점을 이용, 판매기업과 공모해 실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대출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B2B 대출의 기본 구조는 'e-MP사 인터넷 사이트 접속→세금계산서 번호 등 거래 정보 입력→신용보증기금 게이트웨이를 거쳐 대출은행에 전달→은행 심사 후 대출 승인→판매기업에 대출금 지급→판매기업이 대출금을 구매기업에게 반환' 등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부실사고 등으로 대출금 미변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은행에 우선 변제한다. 문제는 이 손실금을 대부분 회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 중에는 부도 직전에 집중적으로 허위 대출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대출금에 대해서는 변제하지 않더라도 신용보증기금에서 은행에 대신 갚아주면 그만이라는 죄의식 없는 범행이 대부분이었다.
업계에서는 업체 대표들이 회사 부도 전 퇴직금이라고 생각하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대출금을 마음대로 빼돌리고 있다는 소위 '신용보증기금 돈=퇴직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비판이 나돌 정도다.
적발된 업체 중에는 처음부터 사기대출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휴면 기업을 이용해 반복적인 범행을 자행하면서 금융기관 및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서 연매출 110억원대의 도장공사업체를 운영하는 A(59)씨는 직원에게 페이퍼컴퍼니 개인업체를 등록하도록 한 후 이 회사 명의 통장, 전자인증서 등을 관리하며 2007년부터 6년 넘게 돈이 필요할 때마다 허위거래를 일으켜 총 454회 합계 약 13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판매업체 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을 자신의 친·인척 및 거래처 대표 등의 계좌를 거쳐 반환받아 사용했다. 이로써 8억3000만원에 달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손실을 초래했다.
이 외에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유형은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수급업체나 자재 납품업체 등에게 가공거래를 강요한 소위 '갑질 범행' ▲동종 업계 쌍방 허위거래를 통한 '상부상조식' 범행 ▲차명 계좌를 이용한 '삼각 돌려막기'식 범행 ▲대출 직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취소 범행 등 다양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B2B 구매자금대출 보증으로 최근 6년간 약 6142억원의 기금 손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동종 유형의 범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인 점검 및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B2B 구매자금대출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국무총리실 부패척결추진단, 법무부, 대검찰청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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