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제대로 된 10% 한우…서울 태평로 투뿔등심 광화문

기사등록 2014/11/03 15:28:49 최종수정 2016/12/28 13:36:46
【서울=뉴시스】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 ‘투뿔등심 광화문의  ‘한우 우족탕’.(사진제공=SG다인힐)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2011년 여름까지 우리나라 한우고기 식당들은 저마다 ‘1등급 한우’를 쓴다며 호객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1등급은 ‘그저 그런’ 한우고기였다. 당시 국내에서 도축되는 한우 중 무려 30% 이상이 1등급을 받았다. 그 위에 22%가 뽑히는 1+(원플러스)급이 존재했지만, 진짜 최상급은 따로 있었다. 불과 10%만 받을 수 있는 1++(투플러스)급이다. 다들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꼭 속은 것도 아니었다. 1등급을 1등급이라고 판 데다 1++는 백화점에서나 판매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1월 초 서울 강남 논현동에 오픈한 어느 음식점이 여전히 귀한 1++한우고기만을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상호까지 1++로 지었다. ‘투뿔등심’이다.

 서울 강남의 유명 갈비 전문점 ‘삼원가든’을 운영하는 외식전문기업 SG다인힐이 만든 집답게 모기업의 바잉 파워와 조리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등심을 중심으로 한 1++한우고기를 맛있고 저렴하게 내놓았다.

 투뿔등심이 돌풍을 일으키자 곧 강남 식당가에서는 한우 1++등심 경쟁이 펼쳐졌고, 최상급 한우고기를 일컫는 말은 ‘투플러스’가 아닌 ‘투뿔’이 돼버렸다. 덩달아  포털사이트에서 ‘투뿔등심’을 검색해보면 키워드로 사용된 탓인지 엉뚱한 음식점들의 바이럴 마케팅 결과물들이 진짜 투뿔등심 보다 먼저 나올 정도다.

 그런 ‘짝퉁’들에게 몸소 경고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난 10월 초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84, 청계천과 프레스센터 사이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지하 1층에 ‘투뿔등심 광화문’(02-3783-0607)이 오픈, 강북 공략에 나섰다.

 널따란 공간에 크고 작은 룸 3개를 포함해 총 90석을 갖췄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동선 배치가 잘돼 답답하지도 않고 오가기도 편하다. 내츄럴한 목재를 중심으로 블랙의 철재 디테일을 가미, 한우고기집의 전통적인 느낌과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조화를 이뤘다. 지하 1층이라고 하지만 선큰가든과 유리창 하나를 경계로 맞닿아 사실상 1층이다. 가을비나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고기 맛을 더욱 그윽하게 만들어줄 듯하다.

【서울=뉴시스】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 ‘투뿔등심 광화문의 ‘불고기 비빔밥’(사진제공=SG다인힐)
 평일 저녁 오후 7시.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찼다. 금발 외국인들도 몇몇 테이블에 한 두 명씩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중 최상급인 ‘프라임’ 등급과 비교해 전혀 손색 없는 이 집 고기 맛에 그들도 반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쇼비니즘(국수주의)’은 아니지만, 맛만큼은 한우가 최고라는 생각, ‘소비니즘’이라고 해야할까.  

 자리에 앉아 이 집의 상징적인 메뉴인 ‘투뿔 숙성등심’(150g·3만4000원)과 ‘투뿔 숙성안심’(〃·150g, 3만8000원)을 당연히 낙점했고,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투뿔 숙성 깍두기’(〃·3만5000원)을 선택했다. 강남의 투뿔등심에서 즐겨 먹던 ’한우 육회’(130g·2만2000원)와 모임자리 1등 메뉴인 ‘생등심 불고기’(150g·2만9000원) 등 다른 메뉴들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파채, 열무김치, 무채, 백김치, 쌈채소(상추, 고추) 등 기본찬이 먼저 나오고, 참숯과 불판 세팅이 끝나자 마침내 주인공이 등장했다. 두툼한 등심과 안심. 마블링이 눈처럼 곱게 흩뿌려진 것(등심)과 그렇지 않은 것(안심)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산뜻한 선홍색, 최상급 소고기의 색상이다.

 이 집 고기는 매장 전면의 숙성고에서 21일 동안 지내며 올레인산을 극대화, 최고의 맛을 머금은 뒤 비로소 테이블에 오른다. 그런 뒷얘기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마치 투시경이라도 눈에 장착한 듯 고기 안쪽 색상까지 투시되는 듯하다. 역시 선홍색이다.

 먼저 등심. 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센불에서 전·후·좌·우를 빠르고, 고르게 구워 육즙 누출을 막은 뒤 불판 가장자리에서 잠시 레스팅을 해 한가운데에 몰렸던 육즙을 다시 전체적으로 퍼지게 한 뒤 먹어야 한다. 입 안 가득 고인 군침이 재촉하지만 잠시 달랜 뒤 알맞게 구워진 고기를 집어 진한 참숯향을 음미하면서 입에 넣는다. 그 순간 절로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든다.

【서울=뉴시스】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 ‘투뿔등심 광화문의 ‘투뿔 숙성 깍두기’.(사진제공=SG다인힐)
 다음은 안심. 직전에 먹은 등심의 고소하고 감칠 맛이 여름날 계곡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기분이라면 안심은 봄비를 맞는 듯 부드럽고 촉촉함으로 내게 깃든다.

 등심과 안심이 혀가 간직하고 있는 위대한 맛의 기억을 일깨웠다면 숙성 깍두기는 새로운 맛을 각인시키에 충분했다. 등심을 깍둑썰기를 해서 나와 굽기 편했다. 등심·안심 보다 진한 색상에서 알 수 있듯 양념돼 나왔다. 고기 질 뿐만 아니라 음식 솜씨까지 제대로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입에 넣은 순간, 바로 퍼지는 황홀함이 ‘양념갈비의 명가’ 삼원가든의 DNA가 등심에 이식됐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점심식사는 고기 주문과 상관 없이 먹을 수 있지만, 저녁식사는 고기를 먹어야만 주문할 수 있는 ‘특권’이다. ‘한우 차돌볶음밥’(2인분·2만원)과 ‘된장찌개’(6500원)를 골랐다. 식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두 가지, ‘맛있다’와 ‘역시 한우천국’이었다. 철판 볶음밥을 한 숟가락씩 뜰 때마다 차돌박이가 따라 나오는 것은 메뉴명 때문에 짐작할 만했다. 그런데 된장찌개를 뜨는 족족 한우고기가 나오는 것은….

 한우 육수를 넣은 ‘동치미말이 국수’(7000원), ‘곱창 뚝배기’(9000원)도 있다. 점심메뉴로는 ‘곱창전골(1인분 1만8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갈비곰탕 백탕’(1만원), ‘갈비곰탕 홍탕’(1만1000원), ‘갈비 김치 뚝배기’(1만3000원) 등 기존 인기 메뉴와 함께 새롭게 ‘불고기 비빔밥’(1만3000원), 한정판매 메뉴로 ‘한우우족탕’이 준비된다. 물론 고기도 주문할 수 있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오픈한다. 건물 주차장 이용. 

 김정환 기자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