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마지막 기수가 전역을 했다.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경 3211기 합동전역식에서 만난 여선구(22·제주 해양경비단) 수경은 "집에 가게 돼서 정말 좋다"며 활짝 웃었다.
여 수경은 1년8개월간 제주도에서 레이더 해안 경계 임무를 수행했다. 여 수경은 "제주도 전역에 간첩선 등이 들어오는지 지켜보면서 '내가 정말 나라를 지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항상 실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군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여 수경은 "제주도에 국제적인 피양지(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선박이 정박하는 곳)가 있다"며 "2012년 중국 어선 120척이 피양왔을 때 가장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이 느꼈다. 그는 "군 생활의 경험이 사회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상급자를 대하고 경계근무를 서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기수가 전역함에 따라 42년간 유지돼 왔던 전경 제도는 폐지된다. 전투경찰대 등에서 전경 대원들이 수행했던 임무는 의무경찰(의경) 후임들이 대신하게 된다.
여 수경은 "이때까지 (의경 후임들이) 일을 잘 해 왔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하는 일을 잘 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경이란 명칭은 사라지지만 걱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남 순천 716전경대에서 근무한 서영일 수경(21)은 주로 집회·시위 관리 임무를 수행했다.
서 수경은 "전혀 다른 두 곳의 이익 집단이 충돌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 껴서 전혀 정치적 의도 없이 벽만 치고 있는 것인데 우리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며 군 생활을 회상했다.
하지만 서 수경은 "전남의 경우 주로 농민들이 시위를 하니까 손주뻘인 전경들에게 옛날처럼 과격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서 수경은 "입대할 당시에는 전경에 가면 두드려 팬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했지만 요즘은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며 "후임들도 그런 문제로 힘들어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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