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시 감독은 로마의 외곽순환도로 주변인 GRA(Grande Raccordo Anulare) 주변에서 거주하는 응급구조원과 매춘부, 어부, 별난 귀족 등 독특한 사람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감성적이게 담았다. 정치적인 메시지나 강렬한 전개 없이 그는 사회 속에 어울리는 거주자들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스케치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카메라의 이동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일에 몰두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통해 관객들은 영화에 몰두하고 웃으며 93분의 시간은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모든 관객은 순환도로의 극심한 빈곤도 엿볼 수 있다. 이는 로시 감독은 이탈리아 작가 칼바노의 '인비저블 시티스'(Invisible Cities)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처럼 영화는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해 해석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표면 아래 많은 드라마를 숨겨 놓았다.
2008년 해수면 아래를 촬영한 첫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그들만의 세상'(Below Sea Level)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리종티상 받는 영광을 안았다. 또 벨라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받았으며, 2009년 유럽영화상 등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로시 감독은 2010년 연출한 다큐멘터리 '엘 시카리오: 164호'(El Sicario Room 164)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가져갔다. 이 영화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 근처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검을 천을 덮어쓴 한 남자가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극악무도한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가 단순한 세팅 속에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로시 감독은 7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베니스영화제 폐막식에서 "상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로 다큐멘터리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기뻐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8월28일 개막해 이달 7일까지 열렸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만 '뫼비우스'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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