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콜 취소비'에 뿔난 대리운전기사들

기사등록 2013/06/24 07:59:08 최종수정 2016/12/28 07:39:15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2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인도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노조가입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ksw@newsis.com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고객 콜이 접수되고 6초 안에 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500원의 수수료가 빠져나가요. 말이 좋아 수수료지. 벌금이야, 벌금."

 23일 자정이 조금 넘은 12시20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한 인도.

 이곳에서 몇몇 남성들이 다른 남성들에게 종이를 보여주며 설명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평균 연령 40대~50대로 보이는 남성들 수십 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음 고객 콜을 기다리고 있는 창원과 김해지역의 대리운전기사들이다.

 이곳은 이들이 잠시 쉬거나 합류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원인 한 남성은 "업체 측의 부당한 처우와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난국을 타개하고자 생업을 접고 거리로 나섰다. 이렇게 모인 한명 한명이 업체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한창 고객 콜이 분주한 시각이지만 이곳에 모인 중년 남성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역력히 묻어났다.

 누군가가 입을 열자 곧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들은 지난 17일 이 지역 수백여개의 대리운전업체들이 도입한 '콜 취소 수수료'를 두고 쌓인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5년차 대리운전기사 A씨는 "업체에서 콜 취소율을 줄인다는 취지로 콜 취소 수수료를 도입했는데 고객 콜이 접수된 후 5~6초 내로 배차여부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대리운전이 주업이라는 50대 B씨는 "업체가 온갖 수수료 명목으로 수입의 5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데 또 해괴망측한 '콜 취소 수수료'를 만들어 강제배차 방식으로 우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C씨가 "내가 벌금을 내더라도 콜 취소 수수료를 설명해줄게요"라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C씨가 어플을 실행하고 자동모드로 설정하자 이내 한 건의 고객 콜이 접수됐다.

 '삐~삐~삐' 신호음과 함께 6초의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배차승인을 누르지 않고 6초가 지나자 콜 취소 수수료 500원이 부과됐다고 화면에 나타났다.

 C씨가 설명하는 5분 남짓 5건이 자동으로 취소됐고 벌금내역에는 2500원이 표시돼 있었다.

 또 다른 대리운전기사 D씨는 "한 건의 고객 콜을 두고 누군가가 배차승인 할 때까지 또 다른 대리기사는 벌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씁쓸해했다.

 D씨는 "사실상 강제배차와 다름없지만 우리에게는 배차거부의 선택권이 없는 셈"이라며 "결국 업체들 배만 불리는 지극히 모순적인 구조"라며 혀를 찼다.

 이날 모인 이들은 "다른 기사에게 콜을 접수할 수 있음에도 굳이 콜 취소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은 업체의 또 다른 임금 착취 수단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참이 흐른 오전 4시가 돼서야 이들은 "그래도 이틀간 100여장의 노조가입 원서를 받았다"며 쓴웃음을 짓고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ks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