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달라지는 장례문화…빛과 그림자'-매장 대신 화장이 대세…친환경 수목장도 급속 확산

기사등록 2013/02/18 15:07:58 최종수정 2016/12/28 07:01:33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90년대 유행했던 웰빙(well-being) 못지않게 요즘엔 웰다잉(well-dying)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21세기에 진입하면서 형식에서부터 내용까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상가 집 마당에 일산을 쳐놓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문상객 접대를 거드는 풍경이나 꽃상여가 나가는 장면은 심심산골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다. 장례 방식도 매장(埋葬) 위주에서 화장(火葬)이 대세가 됐고, 이에 따라 성묘 장소도 묘지에서 납골당(추모공원)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추세다. 요즘에는 수목장이라는 새로운 친환경 장례법이 확산돼 가고 있다.

 화장이 늘어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소유의 임야나 가족묘지가 있거나 씨족공동체인 문중의 공동묘지가 있는 선산을 갖고 있으면 해결이 조금 쉽기는 하지만, 요즘엔 문중의 선산이라고 해도 거의 쓸만한 자리엔 다 봉분이 들어차 있어 그나마 묏자리 몇 평 얻기가 만만치 않다.

 분당 스카이캐슬추모공원 최영 대표는 “매장은 장례비용이 훨씬 늘어나 경제적 부담을 많이 주는데 요즘은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 경제가 어렵고 양극화가 심화돼 웬만한 서민들에겐 장례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후손들이 묘지의 벌초 등 관리에 인적·물적 자원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것도 매장을 멀리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매장 문화가 수천년 지속돼 오면서 전 국토가 묘지화 되고, 환경과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매장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형성된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의 묘지면적은 국토의 1%인 10만 헥타르(1000㎢)나 된다. 여의도 면적(8.4㎢. 254만평)의 약 120배, 서울시 면적(605.3㎢)의 1.65배가 넘는다. 또 매년 여의도 면적보다 큰 900헥타르(9㎢)의 국토가 묘지 등 장례용으로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2011년 현재 화장 비율은 71.1%다. 지난 20년 전인 1991년 17.8%, 10년 전인 2001년 38.3%에서 급속히 늘었다. 30대 이하의 경우는 화장률이 91%에 달한다.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중 8명이 자신의 장례방식으로 화장을 원한다고 답변해 화장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화장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다. 주로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의 화장률이 높은데 ㎢당 350명이 사는 일본은 98%가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불교와 전통종교인 신도(神道) 신자가 많은 것이 주요인이다. 불교국가인 태국의 화장비율도 90%가 넘는다. 주요국가 40개국의 화장비율을 보면 인구밀도 718명인 대만은 90%로 2위, 홍콩 스위스 체코가 80%대, 싱가포르 스웨덴 영국이 70%대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인구밀도가 3명에 불과한 국토대국 호주의 화장률도 70%로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캐나다 58%, 중국 50%, 미국 42%, 프랑스 30%, 아르헨티나 25%, 이탈리아 15% 순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화장률은 괄목할만하게 증가했다. 40년 전인 1970년(4.6%)에 비하면 9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 화장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장례비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수목장(樹木葬)은 화장 후 유골분을 전분 등으로 만들어진 자연소멸 용기에 담아 숲속 나무 밑에 묻거나 수목 주위에 골분을 뿌리는 장법(葬法)이다. 유골을 납골시설에 봉안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완전히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화장률이 높아졌지만 길게는 수십년 동안 골분을 안치할 납골당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 현실에서 수목장은 그 해결방안이자 가장 친환경적인 장례형식으로 꼽힌다.

 가장 넓은 국토를 관리하는 산림청은 2009년 5월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국내 최초로 국립 수목장림인 ‘하늘숲 추모원’(10만㎡)을 설치했다. 추모원 내 추모목 2009그루 가운데 50%인 998그루가 1년 4개월 만에 계약이 완료돼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고, 4년이 채 안 된 현재 90% 이상이 분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모목 1그루를 15년간 사용하는 비용은 288만원이다.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의 수목장림은 56곳 41헥타르(41만m². 12만 4025평)이며 이중 53곳이 사설 수목장림이다.

 골분을 바다나 산, 강에 뿌리는 산골(散骨)식 자연장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실제로 매년 1000여건의 바다장이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골분을 바다에 뿌리는 행위는 현행법상 폐기물 투기행위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장례식 자체도 번거롭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탈피해 소박하고 검소한 형식으로 변화돼 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가 조문을 사이버상에서 대신하는 방식이다. 바쁘게 살아야 하는 요즘 사람들이 지인들의 장례식장에 가기 어려운 경우 장례식장 홈페이지에서 고인을 애도하는 조문 방명록을 남기고 조의금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화장을 택하더라도 빈소에 가서 문상하고 문상객을 접대하는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초상이 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도왔으나 이런 농경사회적 문화가 해체된 이후에는 상조회사에 가입함으로써 해결하는 게 일반화 됐다. 상조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값이 큰 차이가 있으나 보통 월 3만원씩 10년(120회) 납부하는 360만원짜리가 많다. 상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먼저 상조 서비스를 받고 장례식 직후 일괄 납부하기도 한다. 납입기간 중에 상이 발생하면 장례 직후 남은 금액을 일괄 납부한다.  

 현행 장례식장의 문제는 바가지가 심하다는 것이다. 상조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시신을 안치할 관에서부터 수의, 꽃장식 등 모든 게 거품”이라고 한다. 10배 이상 비싸게 받는 물품도 있다고 한다. 호텔 예식장에서 원가 100만원도 안 되는 꽃장식을 1500만원씩 받고, 혼주가 반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태와 다름이 없다. 200만원짜리 나무 관의 원가가 20만원이라는 설도 있다.

 한때 상조회사와 장례식장 측이 장례물품 공급권을 놓고 정면으로 집단 충돌하기도 했으나 결국 장례식장 측이 음식료를 제외한 장례물품 공급권을 상조회사에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조회사들이 갑(甲)의 입장을 쟁취한 셈이다. 덕분에 장례용품 비용이 많이 낮춰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음식료 부문은 장례식장이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1인당 8000원 정도를 받는 식대(밥+국)는 원가가 1000원도 안된다고 한다. 그나마 반찬은 몇 10만원 단위로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1병에 1000원짜리 소주도 3000원을 받는다. 그것도 박스 단위로 구입해야 하며 남는 건 반품할 수 없다.

 상조업 관계자는 “장례식장이 식당이나 요식업체가 아닌 빈소를 제공하는 업체이므로 식음료 반입을 막는 것은 실정법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장례식에서 식음료 비용이 가장 큰데 보통 600~800만원(150~200명 정도의 조문객 기준)의 음식료 비용은 반입을 허용하면 3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선 이런 부분부터 단속해 서민들의 장례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조회사들은 납골당이나 사설 수목장지를 소개해주면서 분양가의 35~6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600만원짜리 납골묘를 소개했다면 보통 월급쟁이 한 달 급여인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이중 상조회사 직원이 10%를 갖고 나머지는 상조회사에 입금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굴지의 상조회사 대표가 구속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부분도 장례비 거품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한 관계자는 일부 화장장에서는 유골을 납골당이나 자연장지로 보내지 않고 콘테이너 박스에 폐기처분하는 경우도 있어 상주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귀띔했다.

 한 보험 관계자는 “나 같으면 상조에 가입하느니 2000만원짜리 사망보험(장기손해보험 등)에 가입하겠다. 나이와 건강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겠지만 보통 3만원씩 붓다가 죽으면 2000만원을 내 유족이 받게 될텐데 그 돈이면 장례는 충분히 치를 수 있다. 추모공원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보통 장례비용의 반값 이하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보험이므로 그걸로 납부는 끝나고, 만기까지 살아 있으면 환급금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5호(2월2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