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열 번째 책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다음생각)을 끝으로 갈무리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1~9권(1 살고 싶은 곳, 2 경상도, 3 전라도, 4 충청도, 5 경기도와 서울, 6 강원도, 7 북한, 8 제주도, 9 우리 산하)은 그 누구도 찾지 않았던, 그동안 숨겨졌던 산과 강, 길 그리고 문화유산을 30년간 두발로 답사한 기록이다.
유명한 문화유산이나 여행지를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이중환이 그랬던 것처럼 민중의 삶이 살아 움직이는 장터, 비린내 나는 포구, 수백 년 간 아무도 찾지 옛길, 강 등을 걸었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그곳을 걷고 있는 착각에 빠져든다. 다양한 사진과 구수한 글솜씨는 어느 시골장터의 뚝배기 한 그릇처럼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열 번째 책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은 육당 최남선의 '광문회본'을 대본으로 삼았다. '택리지'는 오늘날에도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교양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으며, 교양으로 읽는 고전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기존의 '택리지 완역본'들과 달리 옛 지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실어 완성도를 높였다.
지리인문학서는 50년 단위로 다시 쓰여야 한다.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중환 이후 260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낸 신정일(58)씨는 "2003년 북한 일부분(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평양 등)을 돌아다보긴 했지만, 북한의 전 지역을 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살았던 시간을 들라면 '택리지'를 쓰기 위해 걷고 답사한 뒤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나에게 은인이자, 행운이며 동반자였다"고 완간의 심경을 밝혔다.
문화사학자인 신씨는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이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개의 산을 올랐다.
소외된 지역문화 연구와 함께 국내의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과 숨은 옛길 복원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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