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1에서는 올림픽 최초로 남자탁구 단체전 남북 대결이 벌어졌다. 두 팀은 2시간30분 가량 명승부를 선사하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박았다.
한국은 1·2단식에 오상은(35·KDB대우증권)과 주세혁(32)을, 4·5단식에 유승민(30·이상 삼성생명), 주세혁을 차례로 배치했다. 3복식은 변함없이 오상은-유승민 조가 책임졌다. 북한은 김혁봉, 장성만, 장성만-김성남으로 오더를 짰다.
한국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는 첫 단식의 오상은이 김혁봉에게 0-3(6-11 8-11 10-12)으로 무너지면서 삐걱거렸다. 개인전에서 주세혁을 탈락시켰던 김혁봉은 오상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유남규 감독은 일부러 주세혁 대신 오상은을 전진배치했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주세혁의 승리로 게임스코어 1-1에서 맞이한 복식도 치열했다. 오상은-유승민 조는 장성만-김성남 조에게 초반 두 세트를 나눠가졌다.
수비 전문인 장성만-김성남 조는 오상은, 유승민의 드라이브 세례를 끈질기에 받아내며 접전을 이어갔다. 3세트에서는 세 차례나 듀스를 거듭하며 오상은-유승민 조를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고전하던 한국은 4단식 유승민이 난적 김혁봉을 3-2(5-11 11-9 9-11 11-5 11-3)로 제압, 게임 스코어 3-1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선수들은 달라진 북한의 실력에 놀라워했다.
"생각보다 북한 선수들의 실력이 강해 고전했다"는 주세혁은 "북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잘 나오지 않아 기술 노출이 없다. 게다가 김혁봉 같은 선수는 중국과 러시아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예전보다 스타일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전에는 지구력과 기본기가 좋았는데 네트플레이가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유승민은 "혁봉이가 감이 좋았다. 세혁이형과 상은이형을 이겨서 그런지 잘 했다. 부담없이 들어와서 더욱 까다로웠는데 작전대로 잘 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생각보다 공이 많이 넘어왔는데 그만큼 컨디션이 좋았다는 의미다. 서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첫 경기라는 부담감과 남북 관계의 특수성도 예상 밖 고전의 원인이 됐다.
오상은은 "북한과 맞붙으니 다른 나라에 비해 꼭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승민도 "어색한 사이는 아니지만 대회 때만 되면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경험과 실력에서 우리가 앞서니 부담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거들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싸우지만 밖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다. 숱한 국제대회에서 얼굴을 마주봐 어색하지는 않다. 주세혁은 "예전 같지는 않아도 경기 전 인사를 나누고 뭐 하고 지내냐고 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첫 관문을 통과한 한국은 포르투갈과 8강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중국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승전은 그 다음 일이다.
주세혁은 "포르투갈전은 자신있지만 큰 경기이니 긴장을 풀면 안된다. 좀 더 긴장 상태를 유지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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