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민기는 정작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지난 6월 코믹 액션 ‘퀵’(감독 조범구)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이민기는 “아직도 연애보다는 남자친구들과 만나서 편하게 술 마시는 것이 더 좋다”고 털어놓았었다.
그런데 5개월이 흘러 호러 코믹 로맨스 ‘오싹한 연애’(감독 황인호)로 다시 만난 이민기는 마침내 ‘연애’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민기는 “‘오싹한 연애’에 출연하면서 연애에 관해 배웠어요”라면서 “왠지 제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이젠 여인과 데이트를 하면 의자도 빼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라며 즐거워 했다.
이민기는 첫 본격 로맨스물인 이 영화에서 원귀의 저주를 받아 외톨이가 된 ‘여리’(손예진)를 동정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조구’를 맡았다. 직업은 호러 마술사지만 사실 공포영화도 안 보는 겁쟁이다. 그러나 여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크기에 목숨을 걸고 사랑을 지켜려고 하는 젊은이다.
커플 연기를 하다가 상대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배우가 많다. 이민기는 손예진(29)과 실제로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듯 로맨스 연기를 통해 심적 변화를 일으켰다.
“사실 전에는 여인에게 의자를 빼줘서 앉게 하는 것보다 친구가 앉으려고 할 때 의자를 확 빼버리는 것이 저와 더 잘 어울렸죠. 하지만 이제는 꼭 빼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보면 어 나도 가능하네, 해보니 되네. 나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하하하.”
그러나 이민기가 그동안 여성의 의자를 빼주지 않았던 것은 단지 무뚝뚝하거나 매너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배려심이 지나쳤다. “사실 여인의 의자를 빼주면 부끄러워 할 것 같았어요”라고 수줍어한다. 여자들이 이민기가 이상형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경상도(경남 김해) 출신다운 무뚝뚝함 가운데에서 은근히 우러나는 배려심을 귀신같이 감지해낸 셈이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차고 넘친다. 자신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 손예진, 박철민(44) 등 좋은 배우와 황 감독이 직접 집필한 탄탄한 스토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이것이었다.
“영화는 다들 취향이 달라서 제가 보는 관점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겨울이고,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로맨틱 코미디를 더 보고 싶지 않을까요? 저같이 연애에 관심 없던 사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 영화니 지금 사랑하고 있는 분들이나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 보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아, 그렇게 되면 모든 분들이 봐야하는 게 되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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