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정의선 부회장‥“해외법인장에 판매 강화 주문?”

기사등록 2010/05/11 15:32:57 최종수정 2017/01/11 11:49:43
기아차, 해외 법인장 회의서 상반기 판매 목표 달성 전략 논의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오는 12~13일 양일간 ‘해외 주요 법인장 긴급회의’를 주재하는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재계 2위 그룹의 후계자인 정 부회장이 최초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재하게 된 만큼 어떤 내용이 거론될지도 관심사다.

 이미 기아차는 지난 10일 오후 미국 등 7개국 주요 법인장 긴급 회의를 열어 1~4월 실적을 점검하고,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경우 매년 7, 12월에 전체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었고 5, 10월에는 주요 권역의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었다. 전체 회의는 정몽구 회장이, 생산 거점이 위치한 주요 권역 법인장 회의는 양승석 현대차 사장(글로벌영업본부장)이 주재했었다.

 이번 해외 주요 법인장 회의는 사실 정몽구 회장이 소집했지만, 지난 주말 정 부회장이 주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정 부회장의 그룹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미국, 체코, 터키, 중국, 인도 등 생산 거점이 위치한 현대차 해외 주요 법인장들이 참석한다. 법인장들은 이번 회의를 위해 지난 주말 모두 귀국한 상태다.

 현대차의 주요 생산 시설이 위치한 지역 법인장들이 참석하는 만큼 연초 밝힌 올해 생산·판매계획을 재점검해 목표치 수정에 따른 증산 계획이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올 초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경기를 감안해 권역별 경쟁사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대 560만대 가능‥판매목표치 상향 전망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연초 올해 판매 목표를 540만대(현대차 346만대, 기아차 194만대)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미 올해 1분기에 131만5402대를 팔았고, 4월까지 계산하면 181만1974대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목표치를 20만대 가량 초과해 최대 560만대 달성도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들어 정 부회장이 이번 회의에서 올해 판매 목표를 수정해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 거론되는 것은 토요타 사태로 인한 품질강화 부분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교차 생산을 본격화하는 만큼 준비상황 점검 및 첫 교차 생산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도 예상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11일 토요타 사태로 인한 자동차 품질 문제를 그룹 차원에서 점검하기 위한 후속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그룹 내에서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는 품질과 영업 관련 본부장(사장) 소수만 참석했다. 

 올 초부터 불어 닥친 토요타 품질문제에 대한 그룹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자동차 품질문제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챙겼었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을 대신해 품질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에 방점을 찍으며, 후계 구도에 가시적 변화가 오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후계구도 변화는 이미 조심스럽게 예견되기도 했었다. 지난 3월 2일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 부회장이 리콜이 두렵지 않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토요타 사태로 품질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정 회장이 품질경영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언급한 이후 세부적인 실행방안이나 대응방안 마련을 직접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이후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당시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품질경영에서 자신감을 얻은 정 부회장이 더욱 공격적 행보를 하며 자기 색깔을 낼 것”이라며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그늘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받은 정 부회장이 홀로서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기아차에서 거둔 성공적 품질경영을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성과를 내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기도 했다.

 한편 기아차 역시 10일 오후 이형근 사장 주재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7개국(미국, 중국, 유럽, 캐나다, 중남미, 러시아, 아중동) 주요 법인장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1~4월 실적을 점검하고,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이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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