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인 줄 알았다…여성 사라진 뒤 '도망갔다' 하소연"
피의자, 전자발찌 보여주며 "나 이거 찼다"고 털어놔
[서울=뉴시스] 신항섭 신유림 기자, 김용중 기자 = 스토킹 범죄로 전자발찌를 찼던 60대 남성이 1년여 전 이사 온 서울 은평구 불광동 주택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5일, 이웃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남성의 옆집에 사는 주민 C(64)씨는 "둘 다 착한 사람들이었다"며 "처음엔 부부인 줄 알았다. 마주치면 서로 인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이날 불광동 한 다세대주택 자신의 주거지에서 7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앞서 지난 7월 B씨 신고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받았다. 잠정조치에 따라 구치소에 유치됐다가 석방 뒤 지난달 22일까지 전자발찌를 찼다.
A씨가 이사 온 시기에 대해 C씨는 "7~8개월 된 줄 알았는데 반장에게 물어보니 1년 2개월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아저씨가 옥수수 같은 걸 두 개 갖다 주기도 했다. 보통 옆집끼리 하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A씨는 사교성이 좋아 이 주민 집 초인종을 먼저 눌러 먹을 것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B씨가 보이지 않았고 A씨가 '화가 나 죽겠다'며 짐을 다 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침대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하길래 왜 버리느냐고 물었더니 여자가 도망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C씨에 따르면 A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중 B씨가 짐을 싸서 떠나 속상해 했다고 한다. 부부가 아니라 3~4년간 동거한 사이라고도 했다.
두 사람이 헤어진 건 4~5개월 전쯤으로 기억한다는 것이 C씨의 설명이다. 이 주민은 "혼자 살기 시작한 뒤부터 불쑥 찾아와 하소연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B씨가 떠난 뒤 C씨는 A씨에게 “스토킹으로 걸리면 크게 걸린다. 절대 찾아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으나 얼마 뒤 A씨는 전자발찌를 찬 모습을 먼저 보여주며 "나 이거 찼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C씨는 "(A씨가) 여자를 찾아갔다고 하더라. 이후 완전히 헤어진 줄 알았다"고 전했다.
A씨의 병명에 대해 이 주민은 "나한테는 간암이라고 했는데 뉴스에서는 폐암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했지만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워낙 활동적이고 사람을 좋아해서 아파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C씨는 "방음이 안 돼 강아지 짖는 소리까지 들리지만, 대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옆 동에 사는 여성 주민 D씨도 "가끔 말소리가 들렸는데 싸우는 건 아니었다"면서 "어제(4일)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씨는 B씨가 떠난 뒤로는 B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C씨에게 B씨가 제 발로 찾아온 건지 물었지만 그는 "나도 궁금한데 여기는 CCTV가 없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구급차에 실려 갔다. 경찰은 A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spic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