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투자 2년 새 2배, FDA 승인약 '0'…제약업계 “AI는 부조종사”

기사등록 2026/11/05 15:57:53

버텍스, AI업체 약 50곳에 화합물 1만개 분석 맡겼지만 작동 약물 못 얻어

AI 신약개발 투자 2년 새 두 배…업계 "연구 보조도구지만 생물학 대체 못 해"

[다보스=AP/뉴시스] 2025년 1월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1.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이 5~10년 안에 대부분의 인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실리콘밸리의 낙관론에 제약업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AI가 신약 연구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복잡한 생물학을 이해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단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제약사 경영진들이 AI를 과학자의 '부조종사'로 평가하면서도 AI가 조만간 암을 비롯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술업계의 주장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엑스(X·옛 트위터)에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5~10년 안에 대부분의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제프리 라이든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이사회 의장은 최근 한 기술기업 경영자가 AI로 7년 안에 인간 질병의 90%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 일을 소개하며 "완전히 허튼소리"라고 반박했다.

라이든 의장에 따르면 버텍스는 약 50개 AI업체에 1만개 의약품 화합물 데이터 분석을 맡겼다. 그러나 실제로 작동하는 약물을 만들어낸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그는 "AI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AI가 신약 후보물질의 표적을 고르고 실험약을 다듬는 데는 유용하지만 과학자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도 "질병과 생물학은 복잡하다"며 "AI가 암을 치료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비약"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AI 바이오기업 인시트로에 선급금 4000만달러를 지급하는 심대사질환 신약 연구 계약을 맺고,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효율화하기 위해 오라클과도 협력하고 있다.

AI는 실험약 설계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의약품인지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알렉스 데버슨 맥킨지 수석파트너는 임상 2·3상 실패의 약 4분의 1이 약물이 목표 이외의 부위에도 작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오프타깃' 등 안전성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AI 모델은 이런 위험을 제대로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약업계는 AI가 신약 개발기간을 단번에 줄일 것이라는 기대에도 선을 긋는다. 1000건 넘는 특허를 보유한 조지 얀코풀로스 리제네론 사장 겸 최고과학책임자는 "AI가 기적처럼 등장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개발기간을 15년에서 5년으로 줄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금은 몰리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AI 신약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2023년 약 40억달러에서 2025년 84억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후기 임상시험에 진입한 AI 기반 바이오기업의 의약품은 소수에 그쳤고 미 FDA가 승인한 제품은 아직 없다.

대형 제약사들도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라이릴리와 엔비디아는 지난 1월 AI 신약개발과 로봇 연구에 5년간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도 오픈AI 또는 앤트로픽과 협력하고 있다.

앞서 독일 바이엘의 유전자치료 연구팀은 AI로 며칠 만에 환자 기록 1억건을 분석해 자사의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질병 5개를 추렸다. 세바스티안 구트 바이엘 최고운영책임자는 "이것을 AI가 질병을 치료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성과는 뛰어난 인간 과학자와 AI를 결합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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