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파, 초지능 금지·전 국민 공공보험 요구…중도파는 신중론
생활비 완화 입법 성과 압박…예산·부채한도 협상이 돌파구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내년 출범하는 의회에서 진보파와 중도파의 정책 차이를 좁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내년 1월3일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신속히 활동을 시작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비 위기에 집중하고 미국인들의 높은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정책 변화의 속도부터 의견이 갈린다. 차기 상원 민주당 지도부에서 2인자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CNN에서 더 과감한 정책 변화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하원 진보모임 의장인 그렉 케이사르 하원의원은 이에 대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낸 성명에서 “내년 민주당은 생활비 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을 만큼 강력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변죽만 울리는 소심한 변호사들의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보모임 의원들은 고액 자산가의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부유세 도입도 추진하려 한다.
중도파는 이런 구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AI의 위험을 통제하되 혁신을 위축시키거나 중국에 경쟁 우위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소속 스콧 피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AI 논의가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이고 사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에서도 기존 제도를 보완할지, 전면 개편할지가 쟁점이다. 민주당은 2010년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을 토대로 보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과 모든 국민을 하나의 정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메디케어 포 올’ 사이에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진보 성향의 데비 딩겔·린다 산체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메디케어 포 올 추진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이 구상이 힘을 얻으면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종료된 오바마케어의 한시 확대 보험료 보조금을 복원하고, 2022년 민주당이 도입한 메디케어 약값 협상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공통 과제로 거론된다. 메디케어 약값 협상은 미 연방정부가 제약사와 협상해 고령자 등을 위한 공공보험인 메디케어에 적용되는 일부 의약품의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른 제안으로는 식료품점의 폭리성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법안, 자녀 세액공제 확대, 공화당이 삭감한 연방 영양지원 사업의 복원 등이 있다. 차기 상원 은행위원장으로 예상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7월 법제화된 초당적 주택 대책에 이은 후속 입법을 추진해 왔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제프리스 원내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풍력·태양광 세액공제를 복원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보조금 없이도 경쟁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는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초당적 협력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는 가상자산 규제체계 개편과 농업법, 도로·대중교통 등 육상교통 사업의 근거 법률 갱신을 꼽았다. 특히 가상자산 법안이 선거 이후 현 의회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새 의회에서 다시 협상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운행 중인 차량을 자동 촬영하고 자료를 수사기관과 공유할 수 있는 플록(Flock) 카메라의 확산을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협력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모든 제안이 당장 법제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폴리티코는 상당수 법안이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형성하고, 민주당이 그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할 경우 추진할 입법 의제를 준비하는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제프리스 원내대표와 차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 예상되는 슈머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당내 단합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폴리티코에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하원 보좌진은 “의견이 다른 문제는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새 의회 출범부터 서로 공격하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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