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중고교생 대상 설문조사
학생 14% "정서 어려움에 일상 불편"
고립·학폭피해가 자살 위기 주요 원인
"고립된 위기 학생에게 초점 맞춰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정부가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교사 10명 중 7명은 현행 대책으로는 달성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관계 단절에서 비롯된 고립과 학교폭력 피해가 청소년을 자살 위기로 내모는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이를 중심에 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생 마음건강과 자해·자살 예방 교사·학생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전국 교사 1017명과 중·고교생 3414명을 대상으로 각각 2주간 실시됐다.
교사의 73.2%는 현행 대책으로 정부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발표하고, 2024년 기준 10만 명당 8명인 청소년 자살률을 2030년 6.5명(2020년 수준), 2035년 4.2명(2015년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학생마음건강지원비를 점진적으로 늘려 환경 개선과 병원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으로 2035년까지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교사들은 정부 대책이 원인 진단 없이 사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고 봤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답한 교사의 57.7%는 '원인을 진단하지 않고 대책만 나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 경쟁 등 구조적 원인을 외면했다'(54.3%), '현장의 실태를 반영한 대책이 아니다'(36.8%), '사람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27.6%)고 응답했다.
학생 7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마음건강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간 정서적 어려움 탓에 일상생활에 자주 불편을 겪었다는 학생은 14.4%였다. '거의 매일' 어려웠다는 응답은 3.8%, '자주 있었다'는 응답은 10.6%였다. '가끔 있었다'는 38.5%, '전혀 없었다'는 47.1%로 집계됐다.
교사의 51.7%는 최근 5년 안에 근무한 학교에서 학생의 자살 시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보고·문서 작성부터 사후 관리까지 한 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감당하는 부담'(47.9%), '보호자 통보와 협조 요청의 어려움'(42.0%), '재시도 우려를 혼자 감당하는 부담'(40.6%) 등을 꼽았다.
학생을 위기로까지 몰아가는 요인은 학업 스트레스보다도 고립과 학교폭력 피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든 학생 가운데 고립됐거나 괴롭힘 피해를 겪은 학생은 44.2%로, 그 외 학생(13.2%)의 3.3배에 달했다. 성적·공부 고민이 많아도 학교에서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 학생 중 일상이 어려울 만큼 힘들다고 답한 비율은 20.6%였지만, 성적 고민이 크지 않더라도 고립된 학생은 38.7%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를 크게 웃돌았다.
전교조는 "위기는 기댈 관계가 끊어진 학생, 고립되고 피해를 겪은 학생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며 "입시 경쟁이 자살을 낳는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고립된 위기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립·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자살 예방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고립된 학생과 학교폭력 피해의 후유증을 겪는 학생을 학교가 빠짐없이 파악하고, 이들이 교실에서 또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자살 예방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자해·고립·학교폭력 피해·자살 위기 학생에 대한 대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자살 시도에 대응하는 학교 내 역할을 분산해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전교조는 "학교 구성원이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일상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학생맞춤통합지원법과 위기관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장·교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구성원의 협의 구조로 바꾸고, 교사가 또래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도록 권한과 역량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 자살 사망 사안 보고서와 위기관리 매뉴얼을 현장 중심으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전교조는 "책임 추궁과 실적 보고가 아니라 학생이 왜 위기에 이르렀고 학교가 무엇을 도울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보고서로 바꿔야 한다"며 "통제와 함구 중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애도와 관계 회복 중심으로 현장 교사가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무회의에서 청소년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립·소외 등 관계성 문제에 대응하고자 '관계 개선'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인 관계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내 소통·교감 강화가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하자, 최 장관은 "관계 개선을 실제로 학교 교육과정에 넣으려 한다"며 "실효성 있는 현장의 실천 사례를 발굴해 확산하는 노력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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