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없어서 못 판다더니"…삼전닉스 발목 잡은 '빅테크 현금흐름 쇼크'

기사등록 2026/11/05 06:00:00 최종수정 2026/11/05 06:02:25

엔트로픽 신용등급 논란·빅테크 잇단 자금 조달에 유동성 경고등

머스크 "그록 비용 감당 안 돼" 토로…설비경쟁, '자금 조달 치킨게임' 변질

"AI 수요 자체는 건재…현금흐름 적자 정점 지날 때까지 분할 접근 필요"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모습.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업황 둔화 우려를 넘어, AI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설비투자(CapEx) 대비 현금흐름 악화와 자금 조달 리스크가 전면에 부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 및 유튜브 경제 채널 '815머니톡'에 출연한 김장열 유니스토리 자산운용 투자전략 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증시 급락의 핵심 도화선은 주요 AI 생태계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의구심이다.

◆엔트로픽 신용 리스크와 빅테크의 잇단 자금 조달

가장 큰 시장 충격으로 지목된 요인은 상장을 앞둔 생성형 AI 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을 둘러싼 신용평가 논란이다. 시장에서는 엔트로픽이 투자 적격 등급(BBB- 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후순위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마저 우호적이던 입장을 바꾸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엔트로픽이 향후 수년에 걸쳐 감당해야 할 인프라 구매 약정 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현재의 매출과 적자 구조로는 지속적인 채무 차환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메타가 유상증자 직후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오라클 역시 대규모 채권과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실탄 확보에 나선 점도 유동성 압박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을 증폭시켰다.

◆머스크의 토로…"수요 폭증하지만 운영비 감당 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AI 챗봇 '그록(Grok)'의 급증하는 인프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용 제한 및 요금제 개편을 시사한 점도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서울=뉴시스]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AI 챗봇을 상대로 지속적인 폭언이나 학대 행위를 하는 사용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이용 정책을 개정했다. (사진=유토이미지)
문제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토큰 소진에 따른 서버 운영 비용이 매출을 압도한다는 데 있다. 서비스 단에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면 결국 비용 절감 압박은 하드웨어 공급망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김 센터장은 이에 대해 "HBM의 대역폭 확대와 연산 효율화, 모델 경량화, 서비스 유료화 체계 정비 등 구조적 대응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모두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 경쟁'에서 '자금 조달 치킨게임'으로

결과적으로 현재 AI 산업은 설비투자 경쟁을 넘어,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버텨내기 위한 '자금 조달 치킨게임'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흐름 적자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칩 수요 건재라는 호재마저 밸류에이션 부담에 가려져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김 센터장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주가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해 하방 경직성을 시험받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흐름 적자 폭이 정점을 찍고 완화되는 시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대형 매크로 이벤트와 실적 추이를 확인하며 분할 매수 중심의 호흡 긴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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