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좁아서" 헐값 처분했던 그림…62년 뒤 1000억원대 '잭팟'

기사등록 2026/11/04 16:00:00 최종수정 2026/11/04 16:20:24

구겐하임이 8300만원에 버린 칸딘스키 명작, 1300배 뛴 1000억원에 경매行

[서울=뉴시스]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 '강조된 모서리'. 구겐하임 재단이 전시 공간 부족으로 62년 전, 8300만원에 매각했던 이 그림은 현재 경매에서 최대 1000억원대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크리스티 공식 경매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장인혜 인턴 기자 =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간이 부족해 8300만원에 처분했던 그림이 62년 만에 최대 1000억원대에 경매에 나온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러시아 출신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 '강조된 모서리'를 이달 경매에 내놓는다. 경매 예상가는 6000만~8000만달러(약 803억~1071억원)로, 작품이 과거 팔렸던 가격과 비교하면 약 1300배에 달한다.

이번에 출품되는 그림은 1922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그려졌다. 칸딘스키가 독일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에서 미술 이론을 가르치기 시작한 직후 제작한 작품이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30㎝가 넘는 정사각형 화폭에는 원과 삼각형, 직선이 어우러져 있으며 강렬한 색채와 악보를 연상시키는 검은 선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이 처음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64년 구겐하임 재단은 소장하고 있던 칸딘스키의 그림 170점 가운데 50점을 런던 경매에 내놓았다. 당시 재단은 뉴욕 맨해튼에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모든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부족했다. 수장고에 보관돼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것보다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이자 재단을 이끌던 해리 구겐하임은 작품들이 "우리 수장고에 남겨지는 상황을 우려했다"며 "이 그림들이 그런 운명을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50점은 한꺼번에 53만6580파운드(약 9억6654만원)에 팔렸고, 이번 경매에 나오는 '강조된 모서리'는 이 가운데 2만2000파운드에 낙찰된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20·21세기 미술 부문 글로벌 회장 맥스 카터는 당시 구겐하임 재단의 소장품을 두고 "엄청난 걸작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오늘날이라면 팔겠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그림이 제작 당시에는 시대를 앞선 작품이었지만 이제는 칸딘스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림 속 다양한 형태가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매는 칸딘스키 작품의 역대 최고가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고가는 2023년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II'가 기록한 3720만파운드다. 크리스티는 이미 한 보증인으로부터 기존 기록을 웃도는 금액에 작품을 사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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