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장' 된 세종 이전 정부 공청회…확정·대책까지 '산 넘어 산'

기사등록 2026/11/04 08:01:00

행안부, 전날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 과천시민·공무원들 반발·성토

정부, 다음주 중 31곳 이전계획 확정고시…"의견 검토"

정주여건 조성도 과제…정부, 이달까지 지원대책 마련

금융위 등 일부 기능 서울 잔류 검토 중…형평성 우려

외교·통일 등 13곳은 법 개정 후 추진…반대 거셀수도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공청회에서 국가공무원노조와 국가공무원노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지부 회원들이 졸속이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2026.11.0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금융위원회 등 내년부터 세종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44곳 중 31곳과 관련해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가운데, 후속 절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중 31곳의 이전 계획을 확정 고시하고, 이달 말까지 이전 대상 공무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천 시민들과 대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르면서 당분간 이전을 둘러싼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 국민과 전문가 등 약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행안부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이전 대상 기관 44곳(9929명) 중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31곳(5460명)의 이전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재외동포청, 금융위 등 23곳(1831명)은 민간건물 등을 임차해 내년까지,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8곳(3629명)은 신축청사 확보 뒤 2031년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는 과천 시민들과 이전 대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추진에 대한 반발과 성토가 쏟아졌다.

한 과천 시민은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은 당위성과 정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행안부 발표 뒤) 토론자들은 이전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한 만큼 이 공청회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과천 시민도 "과천은 6개 중앙행정기관 이전으로 도심 공동화가 발생한다. 정체성이 무너지고 이전으로 인해 상권이나 경제적 타격이 크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위한 공식적인 협의체를 요구했다.

과천에 있는 기관은 법무부, 방미통위, 공수처, 국사편찬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 6곳이다. 소속 공무원은 총 1302명에 달한다.

공청회에 초청 받았다는 신계용 과천시장은 "과천에 대한 지원 대책이나 대안이 있을 줄 알았더니 이럴 거면 왜 불렀냐"며 "과천시와 한 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정부과천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과천시민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공청회를 앞두고 청사 앞에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26.11.03. since1999@newsis.com

이전 대상 기관의 공무원들도 강한 우려를 표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 이전 대상인 방미통위의 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생활 보호와 공무원 노조법의 근무조건 직결 결정을 당사자의 말 한 마디도 듣지 않고 진행했다"며 "공무원은 정부의 부품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준비 기간은 길어야 반년 남짓이다. 그 사이 집을 구하고 아이 학교를 옮기고 맞벌이 배우자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대책이 합당하지 않다면 내년 상반기라는 이전 시기를 재검토해달라"고 밝혔다.

경찰청 노조 위원장도 "경찰청은 정원이 2000명으로, 이 인원이 한꺼번에 이전하게 되면 주택 공급 등 굉장히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인원이 많은 경찰청의 경우 단계적으로 기능을 나눠 이전 여부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다음 주 중으로 31곳의 이전 계획을 확정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계획에는 이전 대상, 방법, 시기, 비용, 행정능률 제고방안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전 대상과 시기 등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전날 인천 시민단체들은 2023년 설치된 재외동포청의 세종 이전에 "정부가 스스로 세운 입지 기준을 무시하고 세종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행안부에 이전계획 철회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청회 이후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추가로 하기 때문에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견이 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부분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전 대상 기관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정부가 이전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공청회를 진행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법적으로도 이전계획 수립 후 공청회를 하도록 돼 있다"며 "물론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면 좋겠지만 계획이 공개되면 반발이 더 커져 조율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이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대상 공무원과 가족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정주여건 조성도 과제다.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과 이전 대상 공무원도 주거, 교육, 배우자 지원, 교통 지원 등 세심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준형 고려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주거가 아닐까 싶다"며 "특별공급을 다시 고려하되, 특공이 투기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매 제한 기간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세종시에 교육 특구를 지정해 과학고 설립 등 수도권 못지 않은 우수한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배우자 직업 특성을 고려해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수요자 맞춤형 정주지원 패키지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이전을 앞두고 실제 거주할 주택의 확보 물량과 입주 시점은 불확실하다"며 "기관의 소재지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공무원과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11.03. since1999@newsis.com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범정부 이전기관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이전 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세종 이전 수요나 가족 동반 여부, 주거 형태 등 다양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주택 공급과 관련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내년에 2300여호의 임대주택이 공급될 예정이고, 2028년 이후에는 매년 약 4000호 이상의 주택공급 물량이 계획돼 있다"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임대주택은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나는 8월 이후 선수촌으로 지은 임대주택 2367호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러한 주택공급 계획을 포함한 공무원 정주여건 지원 대책을 최대한 이달 말까지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전 대상 공무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6개 기관이 빠져나가는 과천의 공동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도 과제다. 정부는 기관 이전 이후에도 과천의 행정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존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금융위, 개보위, 외교부 등은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일부 기능을 서울에 남겨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기관별로 이전 범위에 차이를 둘 경우 다른 이전 대상 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향은 44개 기관이 모두 내려가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 서울 잔류가 필수적인 일부 부서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전 지원 대책과 함께 최대한 이달 말까지는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법령 개정이 필요한 나머지 기관 13곳(4469명)은 관련 법령 개정 후 공청회를 거쳐 추가로 이전 계획을 변경 고시할 계획이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는 '이전 제외 기관' 규정 삭제를 위한 행복도시법 개정이,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은 소재지를 '수도'와 '서울특별시'로 각각 규정한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외교·안보 등 민감한 문제로 이전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