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준형 인턴 기자 = 남미 최남단에서 발걸음을 뗐던 한 영국인 탐험가가 무려 28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마침내 고향에 도착했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은 전 세계 30개국을 걸어서 횡단한 영국의 전직 공수부대원 칼 부쉬비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가 도보로 이동한 거리는 무려 3만1000마일(약 5만㎞)에 달한다.
이러한 대장정은 과거 인류가 건너갔다는 '베링 육교'를 다시 걸어서 건널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그는 남미 최남단에서 출발해 북아메리카를 거쳐 고향인 영국까지 돌아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는 두 가지 엄격한 철칙이 따랐다. 앞으로 나아갈 때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자신의 두 발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500달러를 들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 부쉬비의 여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파타고니아 대초원의 허리케인급 강풍을 뚫어야 했고, 무장 세력이 도사린 콜롬비아의 정글을 통과했으며, 파나마의 통제구역을 넘었다가 18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미국 모험가와 함께 베링 해협을 건너다 얼음 벌판 위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는 비자 문제와 악천후로 인해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체됐다. 러시아 당국이 비자를 거부하자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 DC까지 항의 차원의 도보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러시아와 이란 길이 막히자, 수영에 능숙하지 않음에도 수영복을 입고 31일간 카스피해를 건너기도 했다.
인간관계 문제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칠레와 일본 등지에서 만난 애인들과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성장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고, 어머니는 무려 10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지탱한 것은 명예나 부가 아닌 '인간의 선의'였다. 자동차 부품으로 지은 움막에서 환대를 받고, 배탈에 시달릴 때 페루의 한 의사 가족으로부터 간호를 받으며, 이름 모를 이들에게 쌀과 물을 얻어먹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이 베푼 친절 속에서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2일 고향에 도착한 부쉬비는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28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머니는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며 눈물을 흘렸고, 부쉬비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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