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라우드 업체에 새 지침…기존 계약 제외, 신규 계약부터 적용
中 기업, 해외 클라우드 통한 첨단 AI칩 우회 이용에 추가 제약
엔비디아 B300, 중국서 국제가격 4.7배에 거래…공급난 심화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엔비디아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협력업체들에 중국 고객 의존도를 낮추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첨단 AI 반도체 이용에도 제약이 커질 전망이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몇 달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사들에 서비스의 최소 51%를 중국 이외 기업에 판매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침은 문서가 아닌 엔비디아 영업조직과 지역 담당팀을 통해 구두로 전달됐다. 새로운 지침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엔비디아 고객사에 적용된다. 다만 기존 임대 계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신규 계약에만 적용된다.
그동안 중국 기술기업들은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해외 클라우드 업체로부터 컴퓨팅 자원을 임대해 AI 모델 학습 등에 활용해 왔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밀수 단속과 함께 이러한 해외 임대 계약을 통한 중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접근도 제한하려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축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는 미국 AI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토대"라며 "미국은 모든 클라우드 기업이 미국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도록 장려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해외 데이터센터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한 클라우드 업체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충분한 비중국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엄격하게 시행된다면 사업에 분명히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에서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주요 고객층을 형성해 왔다. 비중국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의 규제 강화로 중국 내 첨단 AI 반도체 공급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거래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시장에서 약 60만 달러에 판매되는 엔비디아 B300 칩 랙은 지난달 중국에서 1850만 위안(약 280만 달러)에 거래됐다. 국제가격의 약 4.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B300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판매가 금지된 엔비디아의 최첨단 제품 중 하나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주요 AI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올해 중국으로의 반도체 유입을 막기 위해 강화된 심사를 통과한 기업들로 구성된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AI 반도체 구매가 허용된 아시아 고객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로 인해 중국으로 밀반입되는 첨단 반도체가 감소하면서 중국 기술기업들의 해외 클라우드 임대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이번 조치로 이마저도 제약을 받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