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설·수리업계, 인력난 속 숙련 기술직 여성 비율 10년 새 최고치
[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미국에서 배관공과 용접공, 자동차 정비사 등 숙련 기술직에 뛰어드는 여성이 늘고 있다. 기업들도 여성 채용에 나서면서 출산휴가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무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건설·설치·수리 등 숙련 기술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지난해 전체 인력의 약 4.4%를 차지했다. 10년 전 2.9%에서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타워 크레인 운전사로 일하는 새미 코세어트는 약 10년째 철근과 콘크리트 등을 들어 올리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콜센터와 식당 등을 거쳐 현재의 일을 선택한 그는 연간 12만 달러(약 1억6000만원)를 번다. 코세어트는 "더 많은 여성이 이 일을 통해 남성 못지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여성 채용에 공을 들이는 것은 숙련 기술직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여러 직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배관·용접·건설 등 현장 기술직은 자동화하기 어려운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건설회사 모텐슨은 여성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부터 숙련 기술직 여성 근로자에게 1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숙련 기술직 여성 비율은 10%를 넘어 10년 전 7%보다 높아졌다. 마야 에릭센 부사장은 "숙련 기술직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도 여성 진출이 늘고 있다. 미국 직업교육기관 유니버설 테크니컬 인스티튜트(UTI)의 여성 학생 비율은 현재 8%로, 5년 전보다 4배 증가했다. 차량 진단에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고 용접·전기 작업도 전문성과 정밀함을 요구하면서 여성들의 진입 기회가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형태도 바꾸고 있다. 건설회사 터너 건설의 프로젝트 엔지니어 킴 가드너는 세 자녀를 키우며 오전에는 현장에서, 오후에는 재택으로 일한다. 회사는 유연근무제와 함께 냉난방 시설을 갖춘 화장실, 청결한 휴게실 등을 마련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여성에게 맞는 안전 장비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건설회사 스칸스카는 여성 직원에게 체형에 맞는 장갑과 헬멧, 작업화를 지급하고 팀 리더를 대상으로 포용적인 조직 문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과거 파이프 용접공으로 일한 딜라 레이는 자신에게 맞는 장갑이 없어 기존 장갑을 직접 줄여 사용했다고 회상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터너 건설은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4시간 이내에 고위 경영진이 대응하도록 했다. 워싱턴주와 일리노이주는 건설 현장에 수유 공간을 마련하고 유연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법률을 마련했다.
다만 현장 문화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타일 시공 현장 감독으로 일하는 레베카 휴스테스는 20년간 기술직에 종사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는 남성 동료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휴스테스는 현장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가 일을 그만두더라도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앞으로 수년간 남아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정말 보람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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