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 매력 부각…재정거래유인 5개월만에 플러스 전환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22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반면 채권시장에는 7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 업황에 대한 경계감에 주식 비중을 줄이는 한편 환헤지 후 수익률이 개선된 원화 단기채에는 자금을 투입했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21조2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000억원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지난 6월 57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7월 8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지난 8월 12조2000억원, 9월 22조8조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유출세가 일부 진정됐다.
업종 전반에 걸쳐 매도세가 나타난 지난 9월과 달리 지난달에는 전기전자(-17조2000억원), 금융(-1조1000억원)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기계·장비(-5000억원), 운송장비·부품(-3000억원)에서도 유출폭이 축소됐다. 순유입 업종도 지난 9월보다 늘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SK하이닉스(-11조5000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4조2000억원), SK스퀘어(-1조2000억원), 삼성전기(-1조1000억원) 순이었다. 특히 10월 중순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순유입 우위로 돌아선 반면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유출을 나타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메모리 사이클 피크아웃에 대한 경계감 속 앤스로픽 매출 성장 둔화, AI기업 신용 우려가 외국인 매도세를 촉발했다"며 "다만 월말 들어서는 앤스로픽 IPO 추진 소식 등에 일부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22조원대 자금을 빼가면서도 채권시장에는 자금을 투입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336조9000억원이던 외국인 채권잔액은 지난달 344조원으로 늘었다.
10월 한 달간 7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의 순유입 전환이다.
단기물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1년 이하 초단기물이 5조2000억원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단기물(1~3년)도 1조5000억원 늘었다.
중기물(3~7년)은 2000억원, 장기물(7~20년)은 6000억원, 초장기물(20년 초과)은 1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배경에는 재정거래 유인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한 뒤 한국 채권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단기채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재정거래 유인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10월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이에 장기간 순유출 기조를 이어온 단기물 잔액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재정거래 유인은 외국인 투자자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를 한 뒤 한국 채권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을 뜻한다. 이 수익이 높아질수록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사들일 유인도 커진다.
실제로 3개월물 재정거래 유인은 지난 8월 평균 -37bp(bp=0.01%포인트)에서 9월 -28bp로 마이너스 폭이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7bp로 플러스 전환했다. 5개월 만의 플러스 전환이다. 6개월물도 9월 -25bp에서 10월 5bp로 돌아섰다.
신 부전문위원은 "장기물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해 유입이 제한됐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투자은행 노무라와 씨티는 한은이 이달과 내년 2월 각각 25bp씩 금리 인상을 해 최종금리가 3.50%에 도달할 것으로, JP모건은 이달과 내년 1분기·2분기 25b 금리를 3차례 인상해 최종금리가 3.7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1분기 2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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