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파산' 즉석밥 훔쳐…법원·경찰, 처벌 대신 선고유예·생필품 지원

기사등록 2026/11/03 12:00:00

경미범죄심사위 우수사례 9건 선정

올해 9월까지 회부 1만3425건…63%↑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즉석밥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2024.01.2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경찰이 생계형 절도 등 경미범죄에 대해 처벌보다 감경과 복지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3분기 전국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심사 사례 가운데 참작 사유를 확인해 처분을 감경하고 피의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한 우수사례 9건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서울 동작경찰서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2만1000원 상당의 즉석밥을 훔쳤다가 적발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실직과 파산 신청으로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범행한 점과 피해가 회복됐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심사 결과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에서는 최종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를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사업과 연계해 생필품도 지원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청소년수련관 창고에 들어가 머물다가 건조물침입으로 신고된 피의자를 훈방했다.

경찰은 피의자에게 발달장애가 있고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암 4기 진단을 받아 보호가 어려운 상황인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이후 전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해 주간보호서비스 등 복지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마트에서 빨랫비누 등 1만1500원 상당의 생필품을 훔친 피의자를 즉결심판에 넘겼다. 피해자가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해 합의하지 못했지만, 피의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반성한 점과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인 점 등을 참작했다. 법원에서는 벌금 10만원이 선고됐다.

경찰은 경미한 형사사건 피의자의 전과자 양산을 막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회부 건수는 1만342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63% 증가했다. 경찰은 제도를 적극 활용한 수사관에 대한 포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처벌보다 선도와 지원이 필요한 경미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따뜻한 법집행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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