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재개 우려 고조…중동 주민들 불안 확산

기사등록 2026/11/02 11:50:48 최종수정 2026/11/02 13:16:23

트럼프, 선거 후 공격 시사…이란도 보복 경고

걸프 지역 재택근무 확산…기업 활동도 위축

[록힐=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록힐 스포츠 앤드 이벤트 센터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불리한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는 가짜라며, "진짜 여론조사는 선거 당일"이라고 주장했다. 2026.10.30.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중동 전역에 전쟁 재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이란도 보복을 경고하면서 걸프 지역 주민들은 학교 휴교와 항공편 운항 차질 등에 대비하고 있다.

CNN은 1일(현지 시간) 미국의 모호한 태도와 이란의 강경한 군사적 메시지가 맞물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걸프 국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36세 미국인 여성은 CNN에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조심스러워졌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간선거 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중간선거 이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선거 이후 공격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28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기 위해 이란을 공습하면서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이 8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양측은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치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 정책 선임연구원은 CNN에 "미국은 또 다른 긴장 고조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신호를 계속 보내며 역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압박 전술과 실제 공격을 예고하는 신호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도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 안보 관계자는 CNN에 "전쟁이 재개되면 석유 시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관련 시설을 포함한 역내 기반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달 31일 군 지휘관들에게 새로운 위협에 대해 "지리적 제한 없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긴장은 현지 주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일부 사무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원격 수업도 시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항공편 운항 차질과 추가 대피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알자우프=신화/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예멘 알자우프주에서 주민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주유소가 공격받은 뒤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는 이날 예멘 북부 알자우프주의 시장과 주유소를 겨냥한 사우디의 공습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2026.10.29.
미국 외교관 가족들이 이달 들어 현지를 떠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불안을 키웠다. 이들 가운데는 지난 3월 전쟁 당시 대피했다가 최근 복귀한 가족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이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이 중동에 추가 파견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긴장감을 높였다.

기업 활동에도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역내 최대 석유산업 행사인 아부다비 국제석유전시회(ADIPEC)를 앞두고 미국 석유기업 2곳이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임원들의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

다만 주최 측은 행사가 예정대로 개최되며 12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쟁의 심리적 후유증도 여전하다. 이란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바레인에 거주하는 21세 남성 파와즈는 CNN에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며 "폭격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밤에 잠을 자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과 달리 외교적 접촉은 이어지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 최고 안보 책임자인 모센 레자이에게 서한을 보냈으며, 이란 언론은 이란 측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당국자도 이란 관리들이 회담을 위해 카타르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톰 바라크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 겸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CNN에 "향후 2주 안에 극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며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외교적 해결책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만으로 군사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당근과 채찍 전략은 이란에 효과가 없다"며 "이란이 제시한 7가지 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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