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52년만 최악의 폭락…앤트로픽 신용불안까지
SK하이닉스ADR 8% 급락·코스피 야간선물 2.93%↓
인텔 주가가 하루 사이 29% 폭락하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에 대한 신용 우려까지 불거지며 뉴욕 증시에서 단 하루에 1조 달러(약 1336조원)가 증발했다.
다만 미국 증시가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고 국내 반도체 수출도 호조를 보여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 대비 572.25포인트(1.09%) 내린 5만1770.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0.32포인트(1.82%) 하락한 7580.0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47.73포인트(2.86%) 떨어진 2만5437.00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은 인텔이 28.6% 급락하며 공포가 번졌다. 인텔은 1974년 오일쇼크 이후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텔은 3분기 매출 16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4분기 매출 전망을 150억~160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인 171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PC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수요가 위축되며 PC 부문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투심을 위축시켰다.
인텔 실적 우려는 개별 기업을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 일본 키옥시아가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 둔화를 전망한 데 이어 중국 창신메모리도 매출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AI 자금조달 위험도 악재로 떠올랐다.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 이후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블랙스톤의 경고에 AI 산업의 자금조달 위험이 부각됐다.
아마존 실적도 우려를 키웠다. 아마존은 3분기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46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금 회수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0% 급락했다. 샌디스크(-13.47%), 마이크론(-5.30%),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7.95%) 등 메모리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엔비디아(-4.22%), 브로드컴(-5.48%), AMD(-10.88%), ARM(-9.97%), 퀄컴(-11.12%)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도 약세를 보였다.
AI 인프라 관련주도 약세였다. 코어위브(-9.66%), 네비우스(-10.38%), 오라클(-6.37%) 등이 하락했고 광통신 업체인 코히런트(-11.34%)와 루멘텀(-8.57%)도 급락했다. 스페이스X(-6.39%)와 같은 고성장 테마주도 매도 압력을 받았다.
기술주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도 강해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기술주 포지션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26일까지 2주간 기술주 약 200억달러를 순매도했다.
반면 경기방어주와 제약·바이오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월마트(1.86%), 코스트코(1.78%), 코카콜라(1.36%), 버라이존(2.45%) 등이 상승했고 레제네론(13.33%), 아스트라제네카(7.02%), 일라이릴리(3.19%) 등 제약·바이오주도 강세였다.
지난달 30일 전 거래일보다 3.48% 급락한 5730.74에 거래를 마친 코스피는 2일 다시 '검은 월요일' 공포에 직면했다.
국내 증시 선행지표도 부진하다. MSCI 한국지수 ETF는 5.52% 하락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2.93%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 넘게 급락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반도체 수출 호조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10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2.5% 증가한 275억16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도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공격과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주장 등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카타르의 이란 방문과 미·이란 협상 재개 추진 소식에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키옥시아의 낸드 가격 상승률 둔화 전망과 앤트로픽 신용위험 우려는 2일 투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마저 7.20% 급락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지난달 30일 국내 증시는 인텔과 아마존 등의 실적 여파로 반도체 중심의 매물이 출회되며 3.48% 하락했다"며 "일부 선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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