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장막 뚫고 정면으로…공원(박시은)이 쥐어준 '진심'이라는 나침반

기사등록 2026/11/02 06:00:00

신곡 '이리저리'·'집으로' 공개

80~90년대 록 에너지와 만난 새로운 도약

"자각·분노·슬픔 지나 도착한 믿음"

"동세대 청춘들에게 건네는 현실적 온기"

28~29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개러지서 첫 단독 콘서트 '테이크 01'

[서울=뉴시스] 공원(박시은).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6.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개를 숙여 신발 끝을 응시하던 침잠의 시선이 마침내 정면을 향해 고개를 들 때, 지독했던 고립은 연대의 용기로 치환된다. 결핍과 슬픔을 억지로 털어내는 대신 스스로를 지키는 '무기'이자 '방패'로 긍정해 온 싱어송라이터 공원(Gongwon·박시은)이 다시 길 위에 섰다.

JTBC '싱어게인4' 톱10 진출로 대중에게 선명한 인장을 새기고,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오르며 음악적 밀도를 공인받은 그는 쉼 없이 자아의 윤곽을 다듬어왔다. 최근 발매한 새 디지털 싱글 '이리저리'는 한대음 '뮤직 커넥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그 소리의 스펙트럼과 사유의 보폭을 바깥으로 넓혀낸 분기점이다.

이번 싱글은 80~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직선적인 추진력을 빌려 더 깊은 내면의 수면 위로 기어이 머리를 내미는 비장한 행진이다. '내 이름'을 묻던 고독한 의문은 타인의 안부를 묻는 '우리'의 노래로 도약하고, '실패마저 챙겨 떠나자'는 담담한 노랫말은 상처를 삭제하지 않고 삶의 필수적인 양분으로 품어 안겠다는 성숙한 윤리를 드러낸다. 고정된 종착지가 아닌 '여전한 진심'이라는 나침반을 쥔 채, 똑바로 걷지 못해도 멈추지 않는 '비틀거림의 전진'은 휘청이는 동세대의 청춘들에게 가장 구체적이고 단단한 온기로 다가간다.

"기꺼이 함께 망가지자"며 손을 내미는 공원의 소리의 지도와 그 내밀한 궤적을 서면으로 주고 받은 문답으로 짚었다. 다음은 공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작 EP '0'이 신발 끝을 응시하며 내면 깊숙이 침잠하는 정통 슈게이즈에 가까웠다면, 이번 신보는 80~90년대 얼터너티브 록 특유의 직선적인 에너지로 정면을 돌파합니다. 고개를 들고 소리의 방향을 바깥으로 열어젖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이번 곡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전보다 훨씬 진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는 곡을 만들 당시 제 상황과 감정이 더 깊은 침잠에 가까웠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를 꺼내줄 수 있는 비장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것 같아요."

-전작에서는 보컬이 기타 노이즈의 겹 속에 아련하게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번에는 거친 밴드 사운드 한가운데에 목소리가 또렷하게 서 있습니다. 가사의 서사를 관객에게 숨김없이 건네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8~90년대 록밴드들의 사운드를 떠올리며 작업을 했습니다. 노이지하지만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는 방향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그리고 더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고, ‘진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들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배도협 작곡가와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셨습니다. 슈게이즈 특유의 자욱한 노이즈와 공간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록의 직선적인 리프와 전진하는 리듬감을 양립시키기 위해 편곡에서 가장 치열하게 조율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서울=뉴시스] 공원(박시은).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6.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정적인 포크로 시작해 록의 정서를 입어가고 있는 저와 달리 배도협 프로듀서는 어렸을 때부터 록을 듣고 자라며 밴드를 오래 해왔습니다. 이렇게 다른 저희 두 사람이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같은 마음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다 보니 말씀하신 두 지점이 자연스레 섞이고 양립하게 된 것 같아요. 치열하게 조율했다기보다는, 치열하게 함께 같은 방향성을 보며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록 사운드의 명가인 MOL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조상현 엔지니어)을 진행했습니다. 드럼과 베이스의 단단한 추진력이나 거친 기타 톤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공들였던 현장 디테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조상현 감독님께서는 늘 단순한 녹음과 믹싱을 넘어 다양한 음악적 제안을 해주십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제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것들이죠. 사운드를 만들어가다 보면 한 곳으로 매몰되려 할 때가 있는데, 감독님께서 늘 방향을 잘 잡아주시는 것 같아요. 셀 수 없이 많은 디테일 중 하나만 꼽자면, '집으로' 마지막에 모든 사운드가 가장 강하게 휘몰아치는 파트가 있어요. 그 파트에서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보컬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다함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조상현 감독님의 믹싱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그 장면의 톤과 질감, 밸런스가 유독 마음에 들어요."

-2026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뮤직 커넥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작품입니다. 창작자로서 이번 지원이 사운드의 스케일을 넓히거나 음악적 야심을 온전히 구현하는 데 어떤 실질적인 힘이 됐나요?

"한국대중음악상의 지원 덕에 제가 구현하고 싶은 사운드뿐 아니라 그 사운드에 힘과 설득력을 더해줄 시각적인 부분들에도 공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멋지고 재밌는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었는데요, 창작자로서 그리고 싶은 장면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겁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준, 감사하고 든든한 지원이었습니다."

-'이리저리'는 '그저 내 이름이 궁금해'라는 조용한 의문으로 출발해 '나는 존재해야만 해'라는 단단한 외침으로 도달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기어이 스스로의 존재를 선언하게 되기까지 어떤 마음의 굴곡을 지나오셨나요?

"자각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슬픔으로 참 여러 굴곡을 지나온 것 같아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는 기쁨도 행복도 분명 존재했지만요. 어떤 굴곡을 지나든 결국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무리 괴로워도 계속 스스로에게 외치며 나아가다 보면 진심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만들게 된 음악입니다."

-곡의 후반부에 이르면 '내 이름'에 머물던 시선이 '그저 네 이름이 궁금해 / 우린 노래해야만 해'라며 타인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혼자 앓던 질문이 타인과의 연대로 확장되는 이 전환점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서울=뉴시스] 공원(박시은).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6.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말 그대로 '내'가 존재하고 노래해야만 하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그렇게 서로 같은 마음으로 스스로이길 포기하지 않은 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분명히 ’우리’라는 이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탄생한 가사예요. 계속해서 믿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어쩌면 이 믿음이 약해질 때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앨범 소개글에 '마음껏 비틀거리자'는 문장이 눈에 띕니다. 똑바로 걷지 못하고 흔들리는 걸음 자체를 멈춤이나 실패가 아니라 전진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된 사유가 궁금합니다.

"삶이 참 마음처럼 되지 않잖아요.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어떻게든 나아가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그렇게 어떤 방식으로든 걸어간다면, 모든 비틀거림과 멈춤, 넘어짐에도 분명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계속해서 실패하는 저의 삶에 대한 비관으로 시작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나 노래로서 선언할 수 있는 믿음까지 도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실패를 / 챙겨서 떠나자'라는 가사는 이번 싱글의 백미입니다. 보통 실패는 감추거나 극복해야 할 상처로 여기기 마련인데, 실패마저 배낭에 챙겨 길을 나서자는 담담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요?

"사실 전혀 담담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더 담담한 어투로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이 가사가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저기 실패가 보인다고 안 갈 거야?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길만 갈 거야?'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마음도 있었고, 지금까지 겪은 실패와 앞으로 겪을 실패 전부 필요한 양분이 되어줄 거라고 위로하는 마음도 있었죠. 계속해서 비장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이 담담함이 정말 내 것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집으로'에서 말하는 '집'은 물리적인 안식처라기보다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마음의 좌표처럼 읽힙니다. '지도는 나의 마음 / 나침반은 여전한 진심'이라는 노랫말처럼, 지금 공원 님이 끝내 도착하고 싶은 '집'은 어떤 풍경인가요?

"음… 막 풀들이 가득하고 평화로운, 그런 이상적인 풍경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저에게 지금 떠오르는 얼굴들이 모두 함께 있었으면 좋겠고, 풍경이 어떻든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초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이 곡들을 라이브로 선공개하셨습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쏟아지는 관객들의 에너지를 마주하며 신곡을 연주했을 때, 음원으로 작업할 때와는 또 다른 확신이나 울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공원(박시은). (사진 = 아카이브 아침 제공) 2026.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곡들은 음원이 나오기 전부터 라이브에서 분명한 에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그 기대가 확신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었죠. 사람들이 함께 '우리'와 '진심'을 노래하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노래하는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쓰인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완성되는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데뷔 EP '01'과 스스로를 비워냈던 '0'을 거쳐, 첫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이 '테이크 01(TAKE 01)'(11월 28~29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개러지)입니다. 다시 숫자 '1'로 돌아오면서 '테이크(Take)'라는 단어를 붙인 배경에는 어떤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담겨 있나요?

"또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고, 매일 새로운 시작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담긴 것 같아요. 좀 더 정확히는 영화에서 쓰이는 용어에서 빌려온 단어인데요, 관객들로 하여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감상을 전달하고자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첫 단독 공연을 전석 스탠딩 풀 밴드 세트로 꾸밉니다. 관객과 가장 가까운 눈높이에서 소리의 파동을 부딪치게 될 텐데,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어떤 집단적인 공기를 완성하고 싶으신가요?

"말하지 않아도, 눈 맞추지 않아도, 모두가 뛰지 않아도, 모두가 소리치지 않아도 하나의 마음으로 흐르는 순간들이 모여 소리 안에서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공기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저의 공연에서는 모두가 정해진 방식이 아닌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거든요. 관객분들께서 부디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저 역시 더러워질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함께 기꺼이 망가지자고요!"

-전작에서 '울음과 상처'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어용 방패이자 무기였습니다. 그렇다면 비틀거리면서도 길을 떠나는 지금의 공원 씨에게 가장 든든한 무기는 무엇인가요?

"세상의 소음보다 더 큰 제 마음의 소리, 진심인 것 같아요. 그 진심을 갈구하며 써 내린 이번 음악들 역시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자연스레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의문투성이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새로운 생일을 맞이하자'는 소개글 속 부탁처럼, 세상의 기준에 부딪혀 휘청이는 동시대 청춘들에게 공원의 음악이 가닿아 건네길 바라는 가장 단단한 온기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의문을 의문으로 두지 말자. 계속해서 떠오르는 물음표를 쫓아가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방향은 우리 안에 있으니 스스로에게 더 귀를 기울이자. - 라는 말을 (감히) 건네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살고 싶거든요. 그렇게 진심을 쫓아 하루하루 걸어가다 보면 우리가 떠올리지도 못할 곳에 도착해있을 거라는 믿음과,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가자는 약속은 아주 낭만적이고 아주 현실적인 온기가 돼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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