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버지' 최불암, 오늘 영면…시대의 온기 남기고

기사등록 2026/11/02 00:00:00

오전 7시4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서 발인식

오전 9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

오전 10시40분 초록우산 본부서 고별행사

[서울=뉴시스] 고(故) 최불암. (사진=최불암 측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민 아버지' 배우 고(故) 최불암(87)이 영면에 든다.

2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불암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7시4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뜻에 따라 비공개로 엄수된다.

이어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고인은 2018년 10월 염 추기경의 주례로 가난한 이를 섬긴 아시시의 성자 이름을 딴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받았으며, 별세 9일 전 병자성사를 받기도 했다. 미사에서는 고인 부부를 이모부·이모라 부르며 각별히 따랐던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추모곡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헌정한다.

장례미사 직후인 오전 10시40분께에는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에서 고별 행사가 열린다. 최불암은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단체와 45년간 동행했다. "세상을 떠나면 초록우산에 꼭 들러달라"고 남긴 생전 고인의 유지에 따른 자리다. 임직원 도열과 직원 대표 추도사, 장례위원들의 헌화 후 영정이 사옥 안팎을 돌아보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갈무리한다. 장지는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이다.
[서울=뉴시스] 고(故) 최불암 배우가 2018년 10월 31일 세례를 받고 있다.정순택 대주교는 고인이 오랜 세월 연극과 방송을 통해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전했다고 기렸다. 특히 “우리 사회의 아버지이자 어른의 모습으로 국민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해 왔다”고 회고했다.고인의 장례미사는 11월 2일(월) 오전 9시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평생 나눔을 실천한 고인의 공로를 기려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1967년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브라운관에 발을 디딘 고인은 청년의 나이에 노역(老役)을 체현하며 한국적 가장의 원형을 빚어냈다. 특히 1971년부터 18년간 방영된 MBC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으로 분해 서구식 탐정의 냉철함 대신 서민의 비애와 구조적 결핍을 먼저 품어 안는 '한국적 리얼리즘'을 구축했다. 깃 세운 바바리코트와 취조실에서 삼키던 네 대의 담배 연기는 근대화의 그늘을 응시하던 시대의 탄식이었다.

이어 1980년부터 22년간 1088회에 걸쳐 방영된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을 통해 해체되는 공동체의 정서를 지탱하는 '마지막 그린벨트' 역할을 자처했다. 노모를 헤아려 입을 가린 채 안으로 삼켜낸 헛웃음 '파하~'와 너른 등판은 급격한 산업화의 파고 속에서 온 국민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도덕적 쉼터였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3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최불암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6.10.30. photo@newsis.com
고인의 연기는 허구의 영역을 넘어선 실천적 윤리로 확장됐다. 1981년 '전원일기'에서 고아 '금동이'를 양자로 들이는 에피소드를 연기한 직후 "작가의 대본을 흉내 냈을 뿐인데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초록우산(당시 한국복지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다. 이후 국내외를 누비며 1만7000여 개에 불과했던 후원 계좌를 수십 배로 불리는 등 소외 아동의 실재하는 언덕이 됐다. 아내인 배우 김민자 역시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 회장으로 청각장애 아동의 재활을 도우며 56년간 동행의 온기를 세상 밖으로 넓혔다.

문화사회적 파동은 음악으로도 아로새겨졌다. 1981년 아역 정여진과 함께 부른 번안곡 '아빠의 말씀'에서는 당대의 가부장적 권위를 탈피해 "세상은 네 것"이라며 자녀의 독립과 주체성을 온전히 긍정하는 새로운 부성애의 태도를 일찌감치 제시했다.

극 중 배역의 미덕을 삶의 부채의식으로 치환하며 시대의 결핍을 묵묵히 보듬었던 고인은, 브라운관 너머 한 사람의 존엄과 온기를 지탱해 준 큰 어른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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