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00명 단위 알선…"하루 12시간·월 28일 근무" 홍보
GRC "학생 비자로 노동자 파견 위장…유엔 제재 위반"
러 체류 北노동자 지난해 말 1만5000~3만명 추산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간 경제 협력이 심화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러시아 공장에 알선하는 온라인 광고까지 등장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법 재단인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RC)'는 전날 공개한 '국가 지원 강제노동 프로그램 확대 속 러시아 기업에 판매되는 북한 노동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GRC는 러시아 기업·조달 기록과 온라인 광고,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사진과 동영상 등을 분석해 북한 노동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된 시설을 포함해 러시아 산업을 떠받치고 있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수익이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을 제한하는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GRC는 지적했다.
GRC는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사업가 블라디미르 소콜로프가 운영하는 알선 네트워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콜로프는 북한과 상업·산업 협력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소콜로프의 블랙호스(Black Horse) 그룹 소속이라고 소개하는 웹사이트 'KNDR.su'에는 북한 노동자 50~100명으로 구성된 작업팀을 광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이트는 이들이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28일 일하며 지각하지 않고, 일을 빼먹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이 웹사이트는 북한 노동자들을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과 분리해 숙소에 머물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대사관이 이들의 서류를 관리하고 계약을 어기면 북한에서 심각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점을 들어 잠재적 고용주들에게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러시아 포털 얀덱스에 올라온 KNDR.su의 고객 후기 중 하나로 보이는 글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이들의 작업량과 노동생산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흠잡을 데 없는 규율도 강조하고 싶다. 감사하다"고 칭찬했다.
KNDR.su 웹사이트 이름은 지난 7~8월 사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노동 작업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학생 실습'으로 바뀌었다. 러시아는 제재에 따른 감시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 파견을 학생 신분으로 위장하는 데 학생 비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GRC는 주장했다.
GRC가 이 네트워크의 운영 책임자로 지목한 루슬란 주코프는 고용주로 가장한 조사관들에게 모집된 사람들이 공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면서 통신교육 방식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주코프는 이후 GRC의 질문을 받자 앞선 설명과 달리 이들이 현장 실습을 하는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GRC는 소셜미디어 동영상과 위장 문의를 토대로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에 있는 식품업체 KPP 루스콘(KPP Ruskon)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반려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RC는 한 농업기업이 북한 노동자 50명의 배치를 주선하기 위해 평양 LLC(Pyongyang LLC)에 13만3800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주한 사실이 조달 기록에서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평양 LLC는 주코프가 운영하는 회사로, 소콜로프는 이 회사를 블랙호스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블랙호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러시아 국방부 주문에 사용되는 기계를 공급하고 있으며 산업용 기계 판매와 북한에 대한 농산물 수출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블랙호스, 소콜로프, 주코프, KPP 루스콘은 28일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주코프는 지난달 소콜로프가 소유한 한 매체에 게재된 성명에서 평양 LLC가 러시아 법률을 엄격히 준수해 운영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 모집을 조직하지 않고 북한 주민 취업을 위한 알선업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 신분이 취업 제한을 우회하는 데 이용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GRC는 KNDR.su가 러시아 공장에 배치한 북한 노동자의 전체 규모를 추산하지 않았다. 다만 11개국으로 구성된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은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가 지난해 말 기준 1만5000~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달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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