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 CIA “기술경쟁 위해 美 기업 경제 스파이 금지 해제해야”

기사등록 2026/10/29 12:22:15 최종수정 2026/10/29 14:56:24

“경제 스파이 활동 자발적 자제로 중국의 위협을 증폭시켜”

“정보기관 외국기업 영업비밀 수집, 기업에도 제공해야”

[서울=뉴시스] 데이비드 코헨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출처: 코헨 소셜미디어 X) 2026.10.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데이비드 코엔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미국 기업이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도 외국 기업, 특히 중국 기업의 기술을 훔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 CIA 부국장을 지낸 코헨은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근호 기고에서 “미국은 경제 스파이 활동을 자제해 스스로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중국의 위협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코헨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적대국과 동맹국 모두 미국의 혁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미국 기업들을 염탐했다”며 “냉전 시대에는 KGB 스파이, 1980년대에는 프랑스 정보기관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빼내려 했고 최근에는 중국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이 배후에서 지원한 미국 대상 스파이 행위가 224건 발생했으며  절반 이상은 상업용 기술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한 예다.

코헨은 “그동안 미국은 기업에 상업적 이점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 즉 경제 스파이 행위에 대한 자발적인 금지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많은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 상업적 스파이 행위를 합법화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았던 것도 배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국가 안보는 점점 더 민간 부문의 혁신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변했다.

기술적 우위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되어가는 가운데 많은 핵심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선두 자리는 중국에 의해 도전받거나 심지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 활동을 자제해 스스로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중국의 위협을 증폭시켰다고 코헨은 분석했다.

그는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정보기관이 외국 기업의 영업 비밀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 즉 향후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을 생산하는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 행위에 대한 기존 금지 조치를 공식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스파이 행위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국제적 환경에서 일방적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코헨 전 부국장은 “상업적 스파이 행위가 미국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며 건국 초기 영국으로부터 중요한 기술을 빼돌리도록 민간인에게 현상금을 지급한 사례를 소개했다.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같은 경제적 개입주의는 토머스 제퍼슨의 자유방임주의로 대체되면서 현상금 지급 프로그램도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냉전 종식 후 경제력이 군사력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경제 안보가 초점으로 부상했다.

1996년 CIA는 중국, 쿠바, 이란, 러시아 등 경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스라엘 같은 동맹국도 이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러한 관행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입장을 고수했으나 21세기 초 중국이 세계 경제 강국으로 급속히 부상하면서 지적 재산권을 조직적으로 훔치고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럼에도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영업 비밀이나 기타 기밀 사업 정보를 포함한 지적 재산권을 사이버를 통해 절취하거나 고의로 지원하지 않기로 한 공동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CIA가 9월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 수집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유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는 미국 첨단 기술 기업이 중국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혁신하고 그 결과를 더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기업들에게 영업 비밀이 도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국의 기술적 리더십을 보호할 수 없다고 코헨 전 부국장은 보다 적극적인 경제 스파이 행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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