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넘어져 다쳤다더니"…요양병원서 벌어진 참변

기사등록 2026/10/28 15:30:00
[서울=뉴시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60대 남성이 같은 병실 환자에게 소화기로 맞아 숨졌다. (사진 출처=JTBC '사건반장' 캡처)

 [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경북 포항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환자가 동료 환자가 휘두른 소화기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가해자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지난 2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증 치매를 앓던 A씨는 기존에 입원해 있던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입원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A씨는 병실에서 잠을 자던 중 같이 있던 70대 남성에게 소화기로 공격당했다.

가해 남성은 길이 44㎝, 무게 5㎏에 달하는 소화기를 휘둘렀다. A씨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여섯 차례가량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다음 날 끝내 숨졌다.

A씨의 딸은 아버지가 수술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당시 가족들은 아버지가 소화기로 공격당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딸은 "아버지가 어떤 일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는데 병원 측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어머니가 경찰의 전화를 받고서야 소화기로 맞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를 보는 순간 주저앉았다. 너무 처참했고, 내가 생각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병원 측은 처음에 A씨가 다른 환자와 다투다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A씨가 소화기에 맞았다는 사실은 경찰의 연락을 통해 확인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A씨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코와 입에서 피가 계속 나오는 등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남성은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체격이 커 위협을 느꼈고 자신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병원에 오래 입원해 화가 났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재판부는 소화기로 머리를 가격한 행위 등을 근거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가해 남성이 범행 경위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심신장애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가해 남성에게 살인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유족은 사건 발생 층에 의료진이 없었고 A씨가 발견된 뒤 이송되기까지 약 30분이 걸렸다며 병원의 미흡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병원 측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조치한 뒤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했으며, 112 신고와 수사 협조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범인에 대한 간호기록을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도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면 일정 부분 증상일 수 있다"며 "병원에서 폭력성을 사전에 조절하고 예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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