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무비스타 니온앤비욘 '하트 오브 비스트'

기사등록 2026/10/28 05:12:08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 리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10월28일 공개)는 무비스타의 위력을 보증한다. 무비스타는 일종의 권력자. 길어야 2시간짜리 권력이겠지만, 그들에겐 관객을 완벽에 가깝게 속여 쥐락펴락하며 그 모든 눈을 사로잡고 마음마저 장악하는 힘이 있다. 관객은 그런 배우에게 언제든 매료될 채비가 돼 있고, 그런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 돈과 시간을 쓸 준비가 돼 있다. 배우 브래드 피트는 '하트 오브 비스트'에서 무비스타의 권력을 또 한 번 행사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와 2020년대를 모두 아우르는 이 스타는 환갑이 넘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로 러닝타임 101분을 휘어잡는다.

알래스카 오지에서, 과거 함께 전장을 누볐던 군견 '오딘'과 함께 살아가는 스페셜포스 출신 퇴역군인 '제임스 벨몬트'가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로 인해 추락해 이동수단 없이 고립된 뒤 생존을 위한 여정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엔 배우가 사실상 피트 한 명 밖에 나오지 않는다. J K 시먼스와 애나 램이 나오긴 하지만 이들 분량은 5분 가량. 나머지 시간은 오직 피트와 개 한 마리 그리고 알래스카 자연으로 채워져 있다. 개와 자연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해내긴 하나 이 작품은 철저히 피트 능력에 의존한다. 그는 이 미니멀한 영화를 어쩌면 맥시멀하게 변환한다.

제임스 벨몬트는 늙고 병든데다 전후 PTSD에 시달리는 인물. 군견 오딘 역시 늙고 병든데다 전후 PTSD에 시달리는 개다. 피트는 대사가 거의 없는 제임스를 맡아 별다른 설명 하나 없이 인물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담긴 눈빛으로 캐릭터를 조형한다. 백미는 제임스가 오딘과 교감하는 순간들에서 보여주는 피트 연기다. 자신 그 자체이고 분신이며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개를 향한 피트의 눈빛과 몸짓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지지 않은 그들의 서사마저 그려낸다. 일부 플래시백 시퀀스가 제임스와 오딘이 겪은 일과 이들의 관계를 부연하긴 하나 이건 피트가 저 고독한 눈과 훈련된 몸으로 보여준 것들을 동어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제임스와 오딘의 서바이벌이라기보다는 러브스토리다. 생사고락을 함께했으며 서로 유일한 가족인 이들은 상대를 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데, 이건 어쩌면 제임스 삶의 이유가 오딘이고 오딘 삶의 이유가 제임스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여느 로맨스영화 구도와 다르지 않다. 제임스가 추락 후 생존 모드로 돌입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딘과 살기 위해서다. 험준한 산을 넘고 거친 강을 건너며 깊은 늪을 지나는 것에 더해 외부의 적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채 함께 나아가는 제임스와 오딘의 모습은 마치 지난한 세월을 끝내 손 맞잡고 견뎌낸 노부부 일생을 요약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연은 '하트 오브 비스트'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배우가 피트 한 명 밖에 나오지 않는데도 제작비로 약 80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쓴 건 제임스와 오딘이 마주하는 온전한 야생을 스크린에 최대한 있는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그려내는 알래스카 대자연은 알래스카에서 찍은 게 아니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이 작품 거의 모든 장면을 뉴질랜드에서 촬영했고, 일부 직접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장소는 세트와 특수효과를 활용해 구현했다. 제임스의 동반자 오딘은 실제 경찰견이었으면 수색·구조견으로 활동하기도 한 개 '우버'와 이 개의 세 아들이 함께 연기했다.

'하트 오브 비스트'가 담아내는 아름다우면서도 무자비하고 따뜻하면서도 황량한 자연은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평화와 고독이 혼재된 제임스 내면 그 자체다. 동료를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 남았고 인간사는 지긋지긋한 남자가 스스로 외롭기를 갈망하며 깊고 깊은 자연으로 기어들어가 고립을 자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이 야생에서만큼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제임스는 최소한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이런 제임스가 인간들 사이에서 흉악한 것만 본 오딘에게 각별한 감정을 느끼며 그에게 최선을 다하는 건 윤리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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