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천주교 200년 역사, 디지털 부활…일제시대 안내문도

기사등록 2026/10/22 17:23:52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

1918년 사목 서한 '배정기' 등 교회 자료 디지털화

[서울=뉴시스] 공소 방문 배정기(配定記)' (사진 출처=어제와 오늘) 2026.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일제강점기 경남 함양본당의 20대 젊은 사제 주재용 바오로 신부는 공소 방문을 앞두고 신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냈다.

1918년 주 신부가 작성해 운산공소로 보낸 '공소 방문 배정기(配定記)'에는 고해성사와 판공을 준비하며 자기 죄를 돌아보고 뉘우칠 것을 당부하는 글이 담겼다. 문서 왼쪽에는 음력 7월 중 여러 공소를 찾아갈 일정도 적었다.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공소의 신자들에게 방문 일정을 알렸던 이 문서는 함양본당 관할 운산공소로 보낸 원본이 약 100년 만에 해당 공소에서 발견됐다. 세로 21㎝, 가로 50㎝ 종이 한 장에는 당시 본당과 공소를 잇던 연락망과 신앙생활의 모습이 담겼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2일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한국천주교 사료 목록화 사업' 결실로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을 공식 공개하고 공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공개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핵심 사료는 '배정기'였다. 마산교구 함양성당 관할 운산공소에서 100여 년 만에 발견된 이 문서에는 당시 경남 함양뿐만 아니라 전북 장수군(숙이·영도·하동)과 진안군(두원·어룡) 일대 공소 명단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문서는 당시 행정 구역을 넘어 경남과 전북 지역이 하나의 생활권과 사목 관할로 연결돼 있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로 평가받는다. 초기 '공소전(公所錢)' 발생과 현행 교무금 제도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도 가치가 있다.
[서울=뉴시스]22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공개 기념회에서 아카이브를 설명하는 추진위원회 실무자 김성희 팀장 (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2026.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카이브 시연을 맡은 추진위원회 실무자 김성희 팀장은 "마산교구에서 등록한 이 문서가 전주교구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100여 년 전 젊은 사제의 뜨거운 사목 열정과 발자취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은 1784년 한국천주교회 설립부터 교계 제도가 설정된 1962년까지 약 200년에 걸친 전국 각 교구와 수도회·기관 등에 흩어져 있던 사료 총 5만 9000여 건을 표준화·디지털화한 결과물이다.

이용자들은 인물·사건·단체별 정거 데이터베이스(DB)는 물론, 1091건에 달하는 역사 연표, 1906년 창간되어 올해 120주년을 맞은 '경향잡지'와 '가톨릭 청년', '가톨릭 소년' 등 근대 연속간행물 원문 서비스까지 한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연에서는 문서를 작성한 주 신부의 이력도 함께 소개됐다. 1918년 2월 사제품을 받은 젊은 사제가 신자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했던 모습을, 방문 안내문과 인물 정보를 연결해 살펴보는 방식이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는 데서 나아가 사료가 만들어진 배경과 의미를 함께 보여주는 아카이브 특징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22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공개 기념회에서 환영사를 한 주교회의 의장 김종수 주교 (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2026.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기념식에 참석한 신임 주교회의 의장 김종수 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지난 10년은 자칫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신앙 선조들의 소중한 기억을 찾아내고 지켜온 여정이었다"며 "이 디지털 공간이 신자와 연구자는 물론, 우리 사회와 동고동락해 온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열린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축사를 통해 "한국 천주교 사료는 종교를 넘어 우리 근현대사와 발걸음을 함께해 온 소중한 문화적·사회적 자산"이라며 "이번에 구축된 디지털 아카이브가 내년으로 다가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할 전 세계 청년들에게도 한국 역사와 정신을 알리고 깊은 울림과 연대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22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공개 기념회에서 축사를 한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2026.10.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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