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특경법 사기는 무죄 판단
法 "부풀려진 공사비 산정 불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가거도항 태풍 피해 복구 방파제 공사 과정에서 설계 금액을 부풀려 국가 예산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 등 8명이 1심에서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장 무거운 혐의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사기)은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2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특경법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삼성물산 TF 책임자 고모씨와 조모씨, 설계사 해인이엔씨 소속 김모씨 등 3명에게 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삼성물산 소속 박모씨, 해인이엔씨 소속 박모씨·박모씨·이모씨·김모씨 등 5명에게는 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인덕원 소재 건물에 합동사무실을 두고 암묵적·반복적으로 공모, 가거도 복구공사의 연약지반 개량공사 공사비 산출 내역과 비교견적을 조작한 허위의 수정 실시설계서를 발주청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발주청이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삼성물산에 부풀려진 공사대금 347억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작업일수 조작, 표준품셈 조작, 세파선 허위 견적서, 허위 비교견적서 등 공소사실의 주요 쟁점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월 10일을 적용한 사실과 이를 반영해 공사비를 산출한 내역을 발주청에 알리지 않고 수정 실시설계서에서 삭제했다"며 "발주청 공무원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표준품셈에 대해서는 "건설공사 표준품셈이 아닌 정보통신 표준품셈의 할증률 42%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발주청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설령 유추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33%까지는 몰라도 42%는 과다하다"고 밝혔다. 세파선 견적서와 비교견적서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뒤 연약지반이 발견돼 추가 공사를 하게 되자 이를 빌미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해인이엔씨와 공모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모 관계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8명 각각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공판 과정에서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면 분담해 실행한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8명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특경법 위반(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장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이 지급받은 347억원 전체가 아니라 정당한 공사비를 뺀 차액을 이득액으로 보는 것이 맞는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부풀려진 금액이 구성요건 기준 이상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관급공사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것은 상호 견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사비의 적정성과 예산 절감을 꾀하기 위한 것인데, 피고인들은 이를 악용해 국가 예산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했다.
이어 "범행의 경위와 방법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실질적 이득은 지급받은 공사대금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으며 동종 전력도 없다"고 말했다.
장 부장판사는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회사 측 업무를 수행한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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