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주중대사, 중국 인민대 '대사강연'서 한국 대사 첫 강연
양국 간 청년층 소통 플랫폼 단절에 대한 우려도 내비쳐
노 대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가 주최한 '제21회 대사강연'에서 '한·중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사강연은 인민대가 2024년 11월부터 각국 주중대사들을 초청해 마련하는 행사로 한국대사가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사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 양국이 혜택을 공유하던 과거와 달리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을 들면서 "우리가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경쟁과 협력을 같이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평화와 혁신, 문화 등 세 가지 분야에 있어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노 대사는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정전만 했지 아직 그만 싸우자고 완결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양국이 협력하면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대사는 "우리는 수천년 동안 문화적으로 굉장히 깊은 공감이 있어 왔다"며 "교류를 발판으로 새로운 문화를 함께 창출하는 것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도 독창성을 갖고 있다"며 "100∼200년 동안 서양 문화가 지배했다면 서서히 문화의 중심이 아시아로 오고 있는데 아시아의 두 축인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새로운 문화를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문화로 창조한다면 이 힘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 대사는 "한·중 양국은 문화적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지만 너와 나를 가르지 말고 '우리'라는 개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며 "서로의 자부심을 아시아의 자부심으로 승화시켜 여러 협력의 리더십을 스스로 나서서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양국 청년들의 소통 단절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강연에 이어 학생들의 질문을 받은 노 대사는 양국 젊은층 간의 호감도가 낮아졌다는 지적에 "청년들의 경우 온라인 세계가 중요한데 소셜미디어(SNS), 디지털 등을 통한 소통이 단절돼있다"며 "플랫폼도 달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가운데 플랫폼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자꾸 잘못된 선입관들이 확대·증폭되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소통 강화를 정책적·사업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문화 축제, 공동 창업 기회 등이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도와 관련한 질문에는 "양국과 다자 관계를 과거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상황 변화가 있다"며 "복합적인 관계에 대한 시각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현장에는 학생과 중국 취재진을 포함해 200명 가까이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시작에 앞서 "여기서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 손 들어보라"는 말에 10∼20명 정도의 참석자만 손을 들자 노 대사는 "그럼 제가 강연을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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